국내 경매장 한국그림 찾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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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혹시 50, 60년대 한국그림을 갖고 있는 사람 있습니까.』
최근 들어 한국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그림시장에 한국그림찾기 「비상」이 걸렸다.
매년 두 차례씩 한국그림경매를 실시하고 있는 소더비·크리스티 경매장은 각종 매체에 한국화가의 그림을 찾는 광고를 내고 있고,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지의 경우 최신호에서 한국화가의 그림에 대해 자세치 소개하면서 다락에 묻어둔 한국화가의 그림이 있으면 일단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있다.
소더비·크리스티 경매장 등이 한국화가들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찾아나 선 이유는 박수근·도상봉·남관 등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화가들의 작품이 한국전쟁을 전후해 상당수 외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많은 미군들과 외교관들이 기념품으로, 아니면 굶주린 예술가를 돕기 위해 그림을 많이 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박수근은 외국 언론인이나 미군들이 즐겨 드나들던 반도호텔 지하에서 그림을 팔아 연명했다.
지난 4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나온 박수근의 작품들은 한국전쟁 때 1∼2달러에 미국인들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었다. 이 그림을 보관하고 있던 미 중서부의 한 부인은 창고정리를 하면서 이 그림들을 5달러씩에 팔려고 내놓았다.
이 부인은 그러나 최근 한국화가의 그림들이 부쩍 인기가 높다는 기사를 보고 소더비경매장의 한국담당 수전 미첼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이 전화 한 통화로 그 그림들은 귀찮은 잡동사니에서 자그마치 1백20만달러(약9억6천만원)나 되는 「보물」로 둔갑했다.
지난달 소더비경매장에서 33만달러(약2억6천만원)에 팔린 19세기작품 『십장생도』등도 미국의 미술품 수집가인 앤 클로시어 여사가 59년부터 69년 사이 한국에 살면서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었다. 클로시어는 당시 대부분의 작품을 15∼50달러정도 주고 구입했다고 전했다. 『십장생도』만 61년에 2천달러 정도 지급했다고 한다.
소더비나 크리스티에서 한국그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반 박물관들도 한국그림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메트러폴리턴 박물관의 경우 한국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현재 한국관을 건립중이며 뉴욕의 아시아 소사티어티도 오는 가을부터 1년 동안 한국그림 순회 전시회를 갖기로 하고 전시품 선정까지 끝마친 상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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