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다른 시각의 기사 보여주니 자기 주장 고집 허물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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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엄마, TV에 한달 넘게 계속 나오는 뉴스가 있어. 그동안 몰랐는데 심각한 문젠가봐요?"

"또 새만금 문제 얘기하려고 그러는 거지?"

"아니, 카드 얘기가 계속 나와요. 엄마는 카드 어떻게 사용해? 카드 사용 문제가 그렇게 심각해요?"

TV 뉴스를 눈여겨 본 초등학교 5학년 성준이가 엄마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성준이는 NIE를 한 뒤 TV 뉴스를 시청했다고 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신문을 활용해 수업을 하고 있고, 성준이는 내가 가르치는 어린이들 가운데 한명이다. 성준이는 집에 가서도 어머니에게 새만금 사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한 모양이다.

지난해 어린이들과 새만금 간척 사업을 주제로 수업을 했다. 관련 기사와 자료들을 스크랩하고,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토론이 벌어졌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린이들은 개발 반대의 입장에서 무조건 비판했다. 나는 새만금지역 간척을 포기하기 힘든 이유를 들어가며 어린이들의 생각과 맞섰다.

"개발하면 안 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던 어린이들은 문제가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여러 신문 자료들을 꼼꼼히 살피며 제법 진지한 토론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기 주장만 고집하던 어린이들은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황과 선택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되고, 상대방 입장을 배려할 줄 알게 됐다.

학생의 어머니들은 신문을 활용한 교육을 받은 뒤부터 자녀의 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져 깜짝 놀랐다며, 화장실에 갈 때도 신문을 가지고 들어가는 일이 있다고 대견해 했다. 어른 대상의 신문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던 처음 내 생각은 기우였다. 나는 신문을 천천히 훑어보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이미 준비한 수업 내용이 있지만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기사나 사진이 나오면 그것을 주제로 수업할 때도 있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더 적극 참여한다.

지난해 여름엔 아이들이 "선생님 오늘은 이걸 공부해요"라며 중앙일보의 "車車車" 특집을 내밀었다.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를 시작한 날이라 특집 기사도 가득했다. 결국 그날 수업은 청계고가 건설 배경과 철거 이유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다룬 신문 기사를 비교하고, 기사를 통해 모르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서 세상을 보는 그들의 눈이 한뼘씩 넓어짐을 읽을 수 있었다.

공진영(NIE 강사.서울 정릉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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