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살해범 몰린 국교생에/국가서 8천만원 배상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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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무리한 수사”로 명예훼손/91년 대흥동사건
수사기관의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에 의한 친동생을 살인·방화한 죄를 뒤집어 쓴 어린이(중앙일보 91년 10월23일 보도)와 그 가족들에게 국가가 명예훼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민사지법 합의42부(재판장 이창구 부장판사)는 5일 91년 서울 마포구 대흥동 가정집에서 9살짜리 여동생을 칼로 찌른뒤 불에 태워 죽인 혐의로 붙잡혔다가 풀려난 권모군(당시10세)과 그 가족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게 8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기관이 유력한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권군의 자백은 권군이 미성년자인데다 사건당시 중환자실에 입원에 있는 등 심신이 극히 불안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 그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권군이 형사들의 유도신문에 따라 객관적인 정황에 부합되지 않는 자백을 했는데도 경찰은 그 임의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사건이 정식으로 검찰에 송치되기 전에 권군을 검사에게 데려가 자백진술을 받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권군과 가족들은 사건이후 수사기관이 『범인 권군은 가정교육이 매우 부실해 교과서도 제대로 읽지못하며,폭력 비디오에 심취해 저지른 모방범죄』라며 허위사실을 근거해 권군을 무리하게 범인으로 몰았다며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1억5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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