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류 신바람… 민자는 경계/돌아온 DJ… 정가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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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결정적 순간 큰힘 되어줄것”반색/민주/“어떤 형태든 정치판에 휩쓸릴것”/민자
대선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떠났던 김대중 전 민주당대표가 4일 귀국함에 따라 정치권은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을 쏟고있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그의 정치재개 여부와 김영삼대통령과의 협조문제라 할 수 있다.
우선 정치재개 여부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단호한 어투로 정치 절연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김포공항에서의 귀국 연설을 통해 『앞으로 정치안해요. 내가 정치할 것이란 오해나 기대를 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기자들에게 『내가 정치를 다시 할것이란 이야기를 언론에 쓰질 말아달라』고 주문까지 했다.
○통일후 염두 해석
따라서 그의 정치 관여는 상당기간 자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남북통일 등 중대한 상황 변화가 생겼을때도 그의 정치불참 선언이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통일연구에 대한 그의 남다른 집착이 역설적으로 「통일후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그는 김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긍정 평가하고 「국민입장」이란 단서를 달고 있지만 협력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김 대통령을 만날 경우 정치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해 당분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아무튼 「양김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또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 전 대표가 말하고 있는 김 대통령 협조론이 「수구세력의 반동 차단」 등 원론적 수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 관망 입장
○…민주당은 김 전 대표의 귀국이 향후 당운영에 있어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그가 평당원 이상의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결정적인 순간 조언을 구할 수 있고 그가 같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원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기택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측은 활기를 더해가고 있는 반면 김상현의원 등 비주류측은 김 전 대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망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섣부른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오히려 입지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자당의원 상당수는 김 전 대표가 결코 정치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종국에는 다시 정치를 시작할 것으로 예단했다.
한 민정계의원은 『DJ 본인은 아직까지 조심·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하나 앞으로 전개될 정치판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외국과 달리 정계은퇴자의 귀국을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매우 크게 보도하는 언론이 앞으로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을 것이므로 그가 정치에서 손떼기는 진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호남에서는 DJ가 여전히 지역을 대변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도 정치생명 유지를 위해 DJ를 추종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의 언행은 바로 정치적으로 해석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판이 흘러가다보면 DJ 자신도 모르게 다시 정치에 빠져들게 될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정계의 또다른 의원은 『DJ가 귀국회견에서 통일문제 연구에 전념하겠다고 했는데 통일처럼 중요하고 큰 정치적 문제가 어디 있느냐』면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지만 DJ가 통일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독일처럼 상황이 급변해 곧 들이닥칠지도 모를 「통일정국」의 도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치불개입 희망
한 민주계의원도 『민주당의 대표경선 과정을 살려볼때 DJ는 사실 정계은퇴 선언 직후부터 정치를 해온거나 다름없다. 그런만큼 그의 귀국후 여야관계는 2중성을 띨 것이다.
즉 앞으로 민주당이 여당과 대화하기에 앞서 동교동의 눈치를 살필 것이 뻔하므로 여당측도 자연 DJ의 생각과 입장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계 한 당직자와 청와대 고위인사는 『김 전 대표의 순수성을 믿어마지 않으며 그가 회견에서 밝힌대로 정말 개혁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면서 『향후 그의 행보는 그가 우리 정치사에 어떤 족적을 남겼는가를 훗날 평가 받는데 있어 결정적 요인이 될것』이라고 DJ의 정치 불개입을 강력 희망했다.<신성호·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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