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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지향 한일관계 구체화/제7차 정기외무회담의 의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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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줄건주고 받은건 받는” 정상의 외교로 전환/「과거」 합리해결… 경제현안도 시장논리로
민자당의 분열,중의원 해산이라는 일본정계의 소용돌이와 사정 등으로 어수선한 국내분위기속에서 열린 제7차 한­일정기 외무장관회담은 두나라 관계의 새로운 방향설정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 장관은 과거사문제를 해결하고 양국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를 외면하지 말고,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서로 편견없이 상대방의 실체를 이해하고 각기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해가는 한편 ▲상호 공동이익의 발굴 및 활용으로 공동영역을 넓혀나가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과거사가 한­일 양국간에 공동관심사로 등장한다 하더라도 서로 지혜를 모아 원만한 해결책을 강구하면서 양국간의 미래지향적 노력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자고 제의했다.
특히 한 장관이 무역불균형·기술이전 등 경제문제를 시장경제 논리 차원에서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힌 것도 대일접근 방법에 있어서 발상의 전환이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이에 대해 무토가분(무등가문) 일 외상도 전적으로 동감을 표시하고 『소위 말하는 과거사라는 것은 가능한한 해결방향을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설정,실상을 국민들이 알기 쉽게끔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천명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현안을 적극적으로 타개하기보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한­일관계의 방향이나 미래에 대해 일본측에 분명히 심어주겠다는 방침을 정했었다.
지금까지 한­일관계를 얘기할때 누구나 미래지향적 관계를 강조해 왔지만 그 내용을 밝힌 적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즉 바람직한 한­일관계의 「총론」은 막연히 머리속에 있는데 「각론」은 하나도 없어 한­일관계의 앞날에 대한 여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문제 등 각론이 제기되면 우선 감정문제로 번지는 경향이 있어 이번 한­일 외무장관회담에서 각론의 방향을 잘 설정해 보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였다.
이러한 대일시각의 정리는 물론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역사·경험을 완전히 잊어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이젠 일본에 대해 줄 것은 주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지난날의 감정적 시각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정상외교를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당초 이번회담에서 군대 위안부문제 등 과거사문제에 대한 적극적 합의 도출은 기대하지 않았다. 무토 일 외상이 곧 선거를 앞둔 미야자와(궁택) 정부의 각료이고 따라서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시도할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한 장관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강제성의 명확한 인정 ▲위안부 실상에 대한 정확한 조사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는 의지표명 등을 요구했고 무토 외상은 객관적으로 조사,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그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 정리 차원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간 현안은 일제시대에 강제 이주당한 사할린동포 문제다.
군대 위안부 문제처럼 국민여론이 들끓기 전에 사과하고 배상책을 세우는게 「예방외교」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우리 정부입장을 강하게 전달했다.
일본이 정계개편을 통해 새로운 일본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한국도 문민정부의 등장과 함께 「신외교」를 펼치려는 시점에 한­일 양국이 새로운 미래지향의 비전에 의견 접근을 본 것은 앞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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