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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학 양립 수용|교황청 학술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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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카톨릭 교회와 과학간의 상호 이해 부족으로 인한 비극적인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과학과 성서라는 두 범주는 별개의 것이지만 조화를 이루며 양립하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해 10월31일 강론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동설을 주장하다 교회로부터 파문 당했던 17세기 이탈리아 천문학자 길릴레오 갈릴레이를 3백50년만에 공식 복권시켰다.
이날 결정은 교황청 학술원이『학자·교회의 명성에 누들 끼쳐 온 문제들을 재검토하라」 는 요한 바오로 2세의 지시에 따라 13년간에 걸친 토의 끝에 내린 결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17세기초부터 성서연구를 중심으로 단속적인 활동을 벌여 온 학술원은 1936년 교황 비오 11세가 성서 해석은 과학 발전과 병행해야 한다고 천명, 세계적 석학들을 규합하면서 지금의 체제를 갖췄다.
교황의 자문기구인 학술원은 그러나「교황에게 속하지 않고 학문을 최우선한다」는 취지에 따라 신앙심보다 학문적 능력을 바탕으로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고 있다. 80명의 종신회원으로 구성돼 이중 25명이 노벨상 수상 경력자로 명실상부한 세계서 싱크 탱크로 자리잡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압두스 살만 교수는 4명의 부인을 거느린 독실한 회교도며, 역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후쿠이젠이지는 일본인이나 세계적인 곤충학 권위자인 로마스 리슬리 오디암보는 아프리카 태생이며. 면역학 교수인 마이클 셀라는 이스라엘인으로 유대교를 신봉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서방국가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언어 및 신체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물로 더욱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의 천문학자 스티븐호킹 박사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86년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리타 레비몬탈치니 등 여성박사 4명도 포함돼 있다. 무보수 명예직인 회원들은 로마 바티칸시국에 소집될 경우 중급 호텔의 숙박비와 항공권이 제공되는 성도가 고작이다. 회원들은 그러나 교황으로부터「학문의 신」이라고 조각된 메달을 받는다. 또 규정상 추기경보다 낮지만 주교·대주교보다 상위의 지위를 누리면서「엑설런시」Excellency)란 칭호가 부여된다. 회원들은 전혀 개인의 신청이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교황청에서 직접 지명, 선발한다. 교황청 지명에 앞서 신규회원은 기존 회원들이 해당 분야의 권위자 중 3배수를 추천,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되는 선발과정을 거친다. 이들 회원은 2년마다 한 주씩 정례회의를 갖고 연구 주제에 대해 집중토론을 벌인다. 그러나 성례회의에 국한되지 않고 실무회합 등을 통해 수시로 연구분야에 대해 토의하며 이 결과를 책으로 펴내고 있다. 『핵전쟁의 방지』(82년),『생의 인위적 연장과 죽음의 시기』 (85년)등 이 학술원에서 발간된 책자들이다. 신앙과 과학의 관계는 예전의 대립개념에서 점차 변하고 있다. 갈릴레이가 파문 당한지 3세기후인 1931년 벨기에 출신 수리방법론 자 소르주 르메트르는 빅뱅이론(지구가 우주의 대 폭발에 의해 수소에서 생성됐다는 설)의 기초가 된「기초 원자설」늘 발표했으나 파문은커녕 60년부터 6년 동안 학술원장을 맡았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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