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투데이

여전히 불투명한 6자회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남북한이 이달 말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에 급속한 진전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다음달 초로 예정된 북핵 6자회담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오히려 차기 회담도 쉽지 않은 협상의 장이 될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왜 그럴까?
 차기 회담은 두 가지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북한이 경수로를 지어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회담 참가국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미 확보했을 수 있는 핵 무기 폐기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진정한 핵 폐기는 다음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해야 한다.

 첫째,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목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목록엔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모든 시설과 핵물질, 그리고 이미 확보했을 수 있는 핵무기가 포함돼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기껏해야 영변 핵시설처럼 이미 외부에 알려진 목록만 내놓을 공산이 크다.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 프로그램도 목록에서 빠질 수 있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핵을 폐기했다고 주장해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

 둘째, 현재 추진 중인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공동협정이나 발표문 등은 ‘핵 폐기(dismantlement)’ 대신 ‘핵 불능화(disablement)’란 모호한 용어를 사용해 왔다. 전문용어로 ‘폐기’는 어떤 무기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불능화’는 좀 더 모호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한편으로 폐기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재생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폐기와 동의어는 아니다. 진정한 핵 폐기는 그 같은 모호성을 남겨선 안 된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도부의 방북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사용 후 핵연료를 원자로 안에 남겨둔 채 불능화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필요할 경우 언제든 원자로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래선 안 된다. 원자로에서 연료를 꺼내 북한 밖으로 옮겨야 한다. 원자로 자체도 완전히 파괴해야 한다.

 셋째, 모든 핵물질을 폐기해야 한다. 확인된 모든 핵물질을 북한 밖으로 반출해야 한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만들었다면 핵물질이 핵탄두 안에 들어 있을 수도 있고, 농축 상태로 저장돼 있을 수도 있다. 어떤 형태든 향후 북한이 핵물질을 사용치 못하도록 할 안전장치가 없는 한 그것을 북한 밖으로 갖고 나와야 한다. 북한이 이미 만들었을 수도 있는 핵무기도 신고·검증된 뒤 물리적으로 해체돼야 한다. 이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 밖으로 실어내는 것이다.

 넷째, 북한이 확인사찰(challenge inspection)을 받아들여야 한다. 핵 무기를 포기하고 나면 북한은 비핵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복귀하게 된다. IAEA 안전기준에 따르면 모든 NPT 회원국은 확인사찰을 받게 돼 있다. 이는 IAEA의 특권이라기보다 모든 조약국의 기본 의무다.

 하지만 북한이 위에 언급한 핵 포기의 네 가지 조건을 완전히 충족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경수로를 둘러싼 신경전이 더 보태졌다. 북한은 모든 민수용 핵시설을 폐기하기로 동의했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새로운 경수로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이를 다양한 형태의 핵 능력을 유지하려는 북한의 전술로 보고 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깊은 불신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핵 불능화를 추진하면서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려 한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민수용 핵 프로그램을 군사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용납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양측이 진정한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선딩리 중국 푸단대 중국학연구소장

정리=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