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이라크 공격 뭘 노렸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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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 감행된 미국의 이라크 정보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은 절차나 정도가 적정한 것이냐에 관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미국이 유일한 초당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을뿐더러 미국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걸프전을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걸프지역에 대한 이라크의 군사적 야심은 아직도 폭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는게 미국 등 서방측의 시각이다. 더구나 걸프전의 주역이었던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과 슈워츠코프장군에 대해 이라크 정부의 암살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혐의는 미국으로선 그냥 넘길 순 없는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초강대국으로서 단호한 의지를 국내외에 분명히 해야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미국으로선 이라크의 암살기도를 절호의 기회로 삼았음직하다. 지난 4월 부시 전 대통령의 쿠웨이트 방문과 관련한 암살기도는 이라크정보부에 의한 것으로 미국 FBI의 조사에서 밝혀졌다는 것이다. 체포된 이라크출신 암살기도범 2명이 이라크 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다고 믿어지는 사람들을 만났다고 자백했으며 압류한 차량 폭탄이 과거 이라크에서 만든 폭탄과 유사하다는게 그 근거다.
이같은 미국정부의 조사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라크는 국제법상의 책임을 면치못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기 나라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취한 결정이 비록 다른 나라에 불리한 것이라 해도 사후에 그 개인에 대한 국가기관에 의한 암살이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명백한 테러행위요,국제법상의 불법행위가 된다.
국제법상 불법행위를 당했을 때 피해당사국은 보복·복구 등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유엔헌장에도 51조에서 안보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는 가맹국의 개별 또는 집단적인 자위권 행사를 막지 못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라크 정부의 암살기도가 확증된다면 미국은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 정부는 암살음모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물론 이라크쪽의 일방적 부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암살음모란 조사결과도 미국 FBI가 주도한 것인만큼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FBI의 신인도가 비교적 높긴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그 조사결과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유엔안보리 제소 등 명분을 쌓는 과정을 거쳤어야 옳았다. 또 불법행위에 대한 보복의 형태가 꼭 무력공격이어야만 하느냐도 의문이다. 테러를 지시했다는 정보부에 대한 공격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은 필연적으로 무고한 민간인 피해가 따르게 마련이다.
중동의 평화를 위한 양측의 자제를 촉구하면서,우리는 미국의 강한 메시지가 북한 핵과 관련해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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