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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알자 암을 쫓자(12)-간염바이러스가 감암 "주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주변에서 흔하게 감염자(이른바 항체 양성자)를 볼 수 있는 B형과 C형 간염바이러스가 간염은 물론 간암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이혁상 원장(일반외과)은 『우리나라에서는 간암환자 중 70∼8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항원 양성자이며 대만에서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양성인 남자는 음성인 사람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1백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라서는 2백∼2백50배까지 높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또 C형 간염도 마찬가지로 발암 위험인자이며 우리나라에는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간암이 많고 C형에 감염된 사람이 15%정도인데 일본에는 C형에 의한 것이 70%정도에 이르는 등 월등히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B형과 C형 간염환자의 25∼40%는 나중에 간암으로 간다고 볼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의대 안윤옥 교수(예방의학)는 『간염환자도 문제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발병도 않고 항체도 생기지 않아 계속 항원이 양성으로 나타나는 경우, 즉 보균자도 간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성인남자의 75%, 여성의 67%가 간염바이러스에 한번은 감염된 적이 있는 걸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간암에 걸릴 가능성이 어느 나라 사람보다 높아 주의와 적극적인 간염 예방활동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간염예방이 곧 간암을 예방하는 길인 셈이다.
이 원장은 세계적으로 봐서 간암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한국·대만·중국남부·열대 아프리카 등인데 이 같은 분포는 B형 간염이 많은 지역과 일치하고 있어 간염바이러스와 간암 사이의 깊은 연관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반면 북미·유럽·호주 등 간염발생이 미미한 지역에서는 간암발생률이 10만명당 1∼7명 정도에 불과한 등 별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로 미루어 볼 때 간염 바이러스 감염은 간암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들어서 이뤄진 분자 생물학적인 연구결과, 간암환자 간세포의 유전물질 속에는 간염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들어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인체의 간세포에 작용, 암세포로 변화시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간에 관한 한 심각한 보건문제를 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4명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간암 발생률은 남자는 10만명당 30·5명, 여자는 7·6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이며, 특히 40대 이후 중 장년기에서는 남자는 10만명당 74·8명, 여자는 15·6명으로 크게 높은 수준이다.

<"세계최고" 오명>
지난해 보사부의 암 등록자료에 의하면 남녀를 합쳐 전체 암환자 10명당 1명 정도(11·1%)가 간암환자로 위암 다음으로 많았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의 10%정도는 현재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간염 바이러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만연되어있다. 한국인에게 간암이 많은 이유는 거의 이 같은 간염바이러스의 만연에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 교수는 『간암환자의 70∼80%가 간염 바이러스에서 기인된 것이라면 역으로 간염바이러스를 막으면 간암중 상당수는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방접종 최상책>
대한 암 협회 김진복 이사장(서울대 의대교수·일반외과)은 『간염에서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간경변 없이 간염에서 간암으로 바로 가는 수도 있으며 보균자 상태에서 바로 간암이 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항체 양성으로 나타났다면 큰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만성환자, 보균자, 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음주와 알 수 없는 약재 복용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연세대 암센터 김병수 소장은 『어릴 때부터의 간염 예방접종과 함께 청결 상태 유지, 무분별한 혈액제품 사용자제 등 간염예방책은 바로 간암예방책도 된다』며 만성간염환자나 보균자들은 암 조기 진단과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형 간염환자는 인터페론으로 치료할 수도 있으나 B형은 방법이 없고 다만 무리하지 않고 건강을 돌보면서 항체가 생기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간암환자 어머니의 86%가 항원양성으로 나타나 자신의 간암예방은 물론 2세들의 간염과 간암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히 산모들의 간염예방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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