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국전망/전면 세대교체 불가피/일 정계 지각변동… 달라질 한일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혼란기 거쳐 보수 양당체제 구축/「과거」 얽매이지 않는 “신일본”예상
최근 일본의 내각불신임,중의원해산 등으로 빚어진 정국 혼미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계와 관변의 분석들이 매우 심도있게 진행되고 있다.
학계·언론계 일각에서는 일본의 개혁을 권력다툼이나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관변분석은 전혐 다르다. 현재 일본은 새로 태어나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으며 온건한,그러나 심각하고 구조적인 개혁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이같은 개혁을 통해 거듭나는 일본은 「패전」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지고 순전히 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강국」으로 환골탈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와 「과거사」로 얽매여 있는 일본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구조적 개혁과정
게다가 일본의 이같은 개혁이 대략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지는 95년께는 일본이 유엔안보리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해이기도 해 앞으로 새로 태어나는 일본에 주목해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한일관계의 모색이 시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의 관계기관을 포함한 관변에서는 일본의 정계개편 원인을 ▲냉전종식 ▲파벌정치 ▲중상주의적인 경제운용 등으로 분석하면서 앞으로 상당기간 일본이 혼미스런 과도기를 맞이하겠지만 정치개혁으로 가닥을 잡아 장기적으로 보수 양당체제가 정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을 합해 자민당이 출범한 이른바 「55년 체제」가 붕괴한 것은 무엇보다 냉전종식의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냉전 덕분에 구소련의 위협이라는 명분아래 국민들을 안도케하는 정치를 폈기 때문에 야당에서 주장하는 미일안보 조약의 폐기 등은 설득력이 없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되면서 구소련의 위협이 사라졌고 따라서 미일안보조약의 당위성도 희석됐으며,더구나 일본의 국제사회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볼때도 미국의 동생 역할을 하고 있기에는 몸집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민당내의 파벌문제도 일반 국민들의 정치불신을 불러일으키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자민당이 장기집권으로 부패하게된데다 실력있는 정치인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국제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질 못했고 화합을 이루지 못했다. 다케시다(죽하)파의 이상 독식체제때문에 정치가 작위적으로 흘러갔고 80년대 후반부터 리크루트사건 등 정치스캔들이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자민당은 국민들에게 매력을 잃게 됐고 일반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팽배해졌다.
○관료정치의 한계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과거 일본이 중상주의적 경제운용을 해 견제적 번영을 이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유복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요컨대 이번 일본의 정국혼미는 ▲미야자와(궁택) 총리의 관료식 정치로 인한 지도력의 한계 ▲자민당 집권파·하타(우전)파·야당의 상대방 발목잡기식 자충수 ▲수구대 개혁의 표출 등이 어우러져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의 정계개편은 어떻게 될 것인가. 7월18일에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최대의석을 가진 정당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의석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자민당이 과반수를 넘기기 위해 조그마한 정당들과 제휴,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기에다 사회당의 양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인 조각을 하는데도 한달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본다.
연립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잠정적인 정권이 등장하게 돼 몇달안에 다시 선거를 치러야할지도 모른다.
장기적인 시나리오로 볼때 일본의 정계 개편은 ▲단기적인 혼란기를 거쳐 ▲중기적으로 보수우파·보수좌파·혁신그룹(사회당 좌파+공산당의 일부)의 3파 체제로 나뉘었다가 ▲장기적으론 보수양당의 구도로 나아갈 것이란 관측이다.
○미래건설 초점
문제는 일본에 보수 양당이 들어섰을 때 일본정계는 완전히 세대교체를 하게돼 우리가 과거만 들추면서 무작정 억지쓰듯이 기술이전요구 등을 늘어 놓을때 전혀 통하질 않는 상황이 조성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과거사를 귀담아 들어 줄 수 있는,말하자면 구시대 일본에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정치세대는 미야자와 총리세대라는 것이다.
미야자와 세대이후의 일본 정치세력은 개혁파든 수구파든간에 화려한 일본의 미래건설에 시각을 맞출것이며 「과거」에 얽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한국은 새로운 일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정부측의 시각이기도 하다.<박의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