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북, 90년대 후반에 위기"|한·미·일 등 5국 전문가 50면 참가「21세기 한반도 예측 연구 위」분석|남-북한 정치·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21세기 한반도예측 연구위원회」(위원장 최평길 연세대교수)가 5개국의 남-북한 문제 전문가 50명을 동원해 90년대 한반도예측 조사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미래조사에는 중국의 허짱밍 전 평양주재 참사관, 러시아의 발레리제니소프 평양주재 러시아공사, 바딤 트가첸코 전 소련공산당 국제부 부 부장, 일본의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교수, 이즈미 하지메 시즈오카 대학 교수, 미국의 로버트 스칼라피노 전버클리 대학 교수, 마이클 마자르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등 4개국의 전문가 40명이 참가했다. 또 국내 참가자는 안병준 연세대교수, 연하청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이병룡 민족통일연구원장 등 전문가 10명이다. ▲남-북한 정치경제예측 ▲남-북한 관계 예측 두 부문으로 나눠 소개한다. 【편집자 주】
◇남한의 정치=전문가 7할이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예견했다. 이와 함께 신진세력 등장도 점쳐지고 있다. 세력균형조율과정에서 민자당에 내분이 일어날 수 있고 재산관련 스캔들 등으로 민자당이 약화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민정부의 개혁후유증으로 정치불안이 야기될 소지도 점쳐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계속될 것이며 세대간 갈등과 가치관갈등이 정치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극렬과 격분자의 활동이 퇴조하는 한편에선 90년대 중반에 혁신정당, 즉 사회주의정당이 출현할 것으로 예견됐다. 현대통령임기가 끝날 무렵 내각제개헌이 대두되리라는 예상도 있었다. 남-북 연합에 대비한 국가기구 개편 및 국내정치대립에 의한 사회혼란 완화 등 이 명분으로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96년 총 선에선 새 집권당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으며 국민은 대통령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 야당의 출현을 바랄 것이라는 전망이다. 총 선에서 새 정당간 연합이 승리할 경우 내각제 도입의 가능성은 더욱 클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 7할쯤은 총 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적다고 관측했다.

<혁신정당도 출현>
문민정부가 국가보안법 개폐를 고려하리라는 예상이 있었다. 남-북 관계 진전과 북한변화에 따라 국보법이 폐지되거나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문가 8할이 시기를 93∼94년으로 잡고 있다.
군사비문제가 주기적으로 핵심쟁점으로 부각될 것이고 군사력의 기본방향은「기술 집약적 정예화」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앞으로 민간인출신의 국방부장관 임명과 더불어 징병제 폐지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왔다.
◇북한의 정치=김정일의 권력승계 시기는 94년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김일성이 죽기 전에 김정일에게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일성의 지도력상실 때문에 전격 정권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상대적으로 소수였다. 권력투쟁의 가능성에 대해선 러시아 쪽이 확신하는 반면 중국 쪽은 관망하는 중립적인 응답이었다. 그러나 군부쿠데타를 예상하는 전문가는 1할에 지나지 않았다.
금년에 7차 당 대회가 열린다고 보는 전문가는 과반수였다. 대회는 정책전반의 수정과 체제강화·인민단결·지도자지지 등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권력승계가 북한변화를 증폭시킬 것으로 인식한다. 정치적 카리스마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김정일이 주민에 대한 불질보상차원에서 개방·개혁조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대중봉기 가능성>
주민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내부혼란 가능성과 관련, 95∼97년간이 중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탈 김일성 주의 화 경향이 97년 무렵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남-북한 통합 때 주체사상은 변 용된 민족주의로 전환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 8할이 체제변화·대중봉기의 가능성을 인정했으나 소극적 확신자가 많았다. 90년대 후반 북한사회주의가 몰락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중국 쪽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코스, 즉 사회주의테두리에서 시장경제를 적절치 도입하면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남한의 경제=경제분야에서 기술 집약적 산업구조로 이행할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전전에 따라 농어촌구조개선과 농수산물의 시장개방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절반 이상이었고 시기는 95년 이내로 보고 있다. 90년대 중반 금융실명제실시, 토지공개념 도입, 금융자율화 등 이 시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7차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96년을 전후로 개인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할 수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무역흑자 가능성에는 전문가 6할이 회의적이었다. 그럼에도 경제상황의 악화나 위기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경제=「경제특구신설」전망이 8할이 넘었다. 남포·청진·해주 등 국제항구에 중국식 모델의 경제특구가 설치될 것이며 이 지역에서 남한의 합작 또는 직접투자가 제한적이나마 실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진행중인 3차7개년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제파탄으로 개혁이 늦어지고 기존관행과 마찰을 빚으며 위기가 첨예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경제위기의 원인으론 식량부족, 원자재부족, 기업설비 및 기술의 낙후, 자본부족, 근로의욕 상실 등 이 손꼽혔다.
경제개혁과정에서 외국자본유치, 농업·무역에서의 개인권리 부분인정 등 중국식 모델을 좇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외경제개방에 대해선 전문가 거의 모두가 동의했고 93∼94년간 이뤄질 것으로 보았다. UNDP와 DB등 국제경제기구를 비롯해 일본·남한이 경 협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외개방·외자유치라는 흐름 속에서 두만강지역의 개발도 일정에 오를 것이라는데 동의한다. 북한이 93∼95년 안에 시장경제로 이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상대적으로 높았다.【정리=유영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