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부랑아」넘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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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로운 시장경제 제도 도입에 몸살을 앓고 있는 러시아에서 최근 사회·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결손가정의 수가 증가하면서 부모들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문제가정을 뛰쳐나오는 어린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가출 어린이 보호·유치 시설인 모스크바 경찰 부랑아 수용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하루 평균 30∼50명 정도의 가출 어린이들이 이곳 수용소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예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또 92년 한해동안 러시아에서 2천여 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부모들의 학대나 무관심을 비관, 자살했으며 모스크바에서만 5천여 명이 넘는 부랑아들이 보호시설에 수용됐다고 말한다.
이같은 불 우 청소년들은 대부분 부모들이 알콜 중독자이거나 경제적으로 파탄지경에 이른 가정의 자녀들로 자신의 부모들에 의해 기차역과 같은 공공장소에 고의적으로 버려지거나 집에 홀로 남겨진 채 부모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 버려 졸지에 고아가 된 경우라는 것이 수용소 부 소장 표트르 라옌코의 귀띔이다.
전문가들은 실업자의 증가·고인플레이선·통화가치의 급락 등 새로운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 기에서 러시아가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난이 이같은 사회현상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부랑청소년들의 연령층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이들 중 60%이상이 각종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데 있다.
부랑아 수용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대개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이곳에 들어왔으나 요즘은 연령층이 낮아져 12∼14세 청소년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5∼6세밖에 안된 어린이들이 수용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들 가운데 남자어린이들은 주로 절도 전과를, 여자어린이들은 매춘 업에 종사한 경험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12∼13세의 어린 소녀들이 성병에 걸려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1백50명의 직원과 한 명의 카운슬렁 담당 심리학자가 수용어린이들을 돌보고 있지만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는 것이 라옌코 부 소장의 지적이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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