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미비·재정부담 많다"|방송3사 디지틀 방식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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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95년 발사 예정인 통신위성 무궁화호의 방송과 전송방식이 디지틀로 확정되자 한국방송공사·문화방송·서울방송 등 방송 3사가 기술적·경제적 문제점을 들어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방송협회(회장 홍두표)는 11일 방송 3사 사장들이 각각 자필 서명한 「무궁화 위성의 방송 전송방식에 관한 방송 3사 건의서」를 공보처·체신부에 전달하고 디지틀 방식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방송협회는 이 건의서에서 『디지틀 방식이 기술적으로 위험 부담이 크며 방송시설 장비 교체와 프로그램 제작에 막대한 추가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고 전제하고 『현 방송 수용 환경을 면밀히 고려해 볼 때 애널로그 방식이 최선』이라며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 위성방송 전송방식을 다시 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방송 3사는 디지틀 방식이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디지틀 문화의 미성숙으로 인한 위험 부담이 큰데다 ▲막대한 추가 재정부담이 필요하며 ▲난시청 해소에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들어 이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촉박하다는 것은 95년 무궁화호가 발사되면 곧이어 위성방송을 시작해야 되는데 아직 디지틀에 대한 기술이 미숙해 그때까지 충실한 방송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방송의 디지틀 문화로 인해 방송계뿐만 아니라 관련산업에서도 부담해야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재정적으로는 방송사들이 프로그램 제작과 송출 시스팀을 디지틀 화해야 되는데 이에 따른 시설장비 교체 등에 막대한 부담이 예상되고 이는 곧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디지틀 옹호론자들이 주장하는 난시청 해소도 고가인 수신기를 시청자들이 제대로 확보하지 않을 경우 결국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일본·홍콩 등 애널로그를 채택하고 있는 인접국이 수신할 수 없어 위성방송의 부수적 효과로 기대되는 우리 문화의 해외 전파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방송 3사가 방송 기술적인 측면에서 내세우고있는 주장은 ▲디지틀의 세계적인 규격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화질의 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있으며 ▲앞으로 전개될 방송환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등이다.
디지틀 방송 방식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처음 채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아직 세계적인 규격이 정해진 바 없으며 결국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야 되는데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실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방송공사 이일로 기술본부장은 『기술적으로도 디지틀은 아직 우리나라 수준이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며 시청자 입장에서도 특별히 좋아지는 것은 없으면서 부담만 지게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위성방송 방식은 통신·방송위성 사업추진위원회의 실무위원회가 지난 8일 투표를 거쳐 디지틀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추진위원회의 결정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김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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