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주자들, 27세 주 하원의원에 줄서는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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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 2월 버락 오바마<左>의 유세장을 찾은 루벤 키윈<右>이 함께 포즈를 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27세에 불과한 초선의 주 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열렬한 구애를 받고 있다. 그는 8살에 미국에 이민 온 멕시코계로 미국 시민권을 얻은 것도 불과 3년 전이다. 네바다주 하원의원인 루벤 키윈이 주인공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의원이 그를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 호텔 자신의 방으로 불러 따로 만났고,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그의 지지를 공식 요청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키윈에게 개인 제트기를 보내 줄 테니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키윈은 ‘회기 중’이란 이유로 거절했다.

지난해 선출돼 올해 첫 의정활동을 시작한 신참 20대 정치인인 키윈에게 거물 정치인들이 저자세로 달려드는 이유는 뭘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그가 히스패닉계 민심을 좌지우지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7일 보도했다.

네바다주에서 히스패닉 이민자 출신이 주 의원으로 선출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내년 1월 네바다주에서 열리는 민주당 코커스(전당대회)에서 그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코커스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노동조합도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주류다.

중앙 정치인들의 과도한 관심에 본인도 얼떨떨해하고 있다. 그는 “정치 신인이 대선 주자들과 일대일로 만난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아직 누구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지 않았다. 선거구 주민들이 대선주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섣불리 그중 한 명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입장이 알려지자 대선 주자들은 그의 선거구인 라스베이거스 11구역을 앞다퉈 방문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노동자로 지내다가 영주권을 얻은 뒤 중학교 과학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호텔 청소부다. 1998년 고등학교 때 정치 참여를 하면 자원봉사 점수를 준다는 학교의 말에 해리 리드 상원의원의 선거 운동에 참여한 것이 키윈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라스베이거스 소재 네바다대에서 과학 교육을 전공한 뒤 2002년 민주당 네바다주 부위원장으로 정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의 인기에 대해 WSJ는 “무명에 돈도 없는 그가 선거 때 몸무게가 7kg이나 빠지고 구두 두 켤레가 닳을 정도로 열심히 뛴 덕분에 61%의 유권자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끈질김과 카리스마, 젊음이 히스패닉계 미국인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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