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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군참사 왜 일어나나(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0일 경기도 연천군 포병사격 훈련장에서 일어난 참사는 단순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만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군의 기강문제,예비군 훈련의 효율성문제와 전송체제 등도 포함한 전반적인 진단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의 구체적·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나 사고가 커진 이유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포탄과 장약은 일정한 거리 이상에 따로 보관해야 하는데 포탄과 장약이 모두 폭발한 것으로 보아 그 거리가 지켜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또 포 한 문에는 8∼9명이 적정 인원인데도 30명이 가까운 인원이 배치돼 훈련과정이 복잡스러웠고 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담뱃불이 장약의 취급부주의 등 한 개인의 부주의 탓일 수도 있으나 그 부주의도 결국은 훈련과정의 이런 사정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군 당국은 예비군제도의 합리화,훈련의 효율성문제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포 한 문에 30명 가까운 인원을 배치했다는 것은 애당초 동원한 예비군 수가 군의 관리능력 범위를 넘었던 때문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관리 일선책임자만이 아니라 동원인원을 책정하고 배치하는데 근원적인 문제점이 내재돼 있는 셈이다. 많은 인원만 동원한다고 예비군 전력이 증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군은 외형적인 훈련 숫자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실을 기할 수 있을까를 좀 더 연구해야 한다. 주특기가 보병인데도 느닷없이 주특기가 변경돼 포사격 훈련을 받았다는 증언에서도 훈련이 지나치게 숫자에만 얽매여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현장 관리는 또 그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사 원칙적으로 관리능력의 범위를 넘는 인원을 배정받았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안전수칙만은 철저히 주지시키고 안전관리에 신경을 썼어야 했다. 인원이 넘쳐 주특기가 보병인 사람까지 포병훈련을 시켜야 했다면 더욱 더 그렇다. 혹시 적당주의·편의위주의 분위기 탓은 아니었는지 군기강 문제와 관련해 점검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후송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점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군은 돌발적인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더구나 훈련장이 보통 훈련장이 아니고 포사격 훈련장이라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체제가 사전에 갖춰져 있어야 할 것이다.
탈영병 사고 등 군이 민간에 피해를 주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 국민의 군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려깊고 효율적인 군으로 탈바꿈하는 것만이 국민의 우려를 씻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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