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실소유주/대기업·정관계 실력자 많다/누가 얼마나 갖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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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의가 비호대가로 상납 받은것/「바지주주」 내세워 대리운동 예사
탈세·외화유출·각계 고위층 및 폭력조직과의 연계 등 갖가지 의혹속에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를 받고있는 카지노업계는 이 업계의 대부인 전낙원씨(66·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외에 알만한 대기업과 재일동포 실업인 등 여러 「돈줄」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3개 카지노업 소유자들 대부분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허가를 받아 대표자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소유자들 가운데는 H합섬·D탄좌·D그룹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거론되고 있다.
○본인명의 1명뿐
자신의 이름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처음 카지노업을 시작한 유화열씨(65·오림프스관광개발 회장) 한사람 뿐이다.
유씨는 67년 국내 최초로 개설한 인천 오림프스호텔 카지노 1개를 갖고 여기에서 연간 1백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80년 빚보증을 서준 (주)오트론전자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그해부터 95년까지 법정관리를 받고있다.
전씨는 카지노업계의 대부라는 평판대로 서울 워커힐호텔 카지노를 비롯,부산 파라다이스비치호텔,제주 그랜드호텔,제주 호텔신라 등에 5개의 카지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씨가 오림프스 카지노를 연 67년 20%의 지분을 갖고 참여했으나 72년 유씨로부터 워커힐 카지노 운영권을 넘겨 받으면서 일약 업계 1인자로 등장했다.
68년 개설된 워커힐카지노는 당초 오림프스 카지노 지점행태로 운영됐으나 전씨가 지분을 할당해 달라고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워커힐호텔 소유주인 (주)선경개발측에 유씨와의 카지노장 임대계약을 취소하고 자신에게 넘겨주도록 로비해 소유권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워커힐 카지노의 현 매출액(신고액 기준)은 전국의 13개 카지노 총 매출액의 30%에 해당하는 6백억∼7백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업소로 전씨의 매제인 김성진씨(62·파라다이스그룹 부회장) 명의로 돼 있다.
○매출 워커힐 최고
그가 소유한 코오롱 관광호텔의 카지노도 김씨 이름으로 되어있고 그랜드 호텔과 제주호텔신라 카지노는 심경모씨(54)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카지노가 모두 전씨 소유임을 그가 회장으로 있는 파라다이스 그룹관계자들은 시인한다.
그밖에 최근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충북 속리산 관광호텔 카지노(71년)는 재일동포 관광업자인 B관광,강원도 설악파크호텔 카지노(80년)는 D그룹이 직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85년 제주 하얏트호텔에 개설된 카지노는 명목상 소유주가 최인수씨(59)로 돼 있으나 실제 소유주는 H합섬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이와함께 90,91년 제주도에 개설된 김창식씨(58) 명의의 오리엔탈호텔 카지노는 재일동포 실업인 소유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전배씨(43) 이름으로된 남서울호텔 카지노는 D탄좌가 실제 주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성원씨(48)가 대표로 되어있는 서귀포 칼호텔카지노와 임택환씨(50)가 소유자로 되어있는 제주 칼호텔카지노는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53·구속중)가 측근을 통해 대리운영하고 있다는 설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은 상태.
업계 주변에서는 정·관계 실력자 상당수가 「바지주주」를 내세워 카지노지분을 나눠갖고 있으며 그 대부분은 업자들이 영업보호를 위해 상납한 것이라는 추측이 몇몇 유력자들의 이름과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예컨대 국내 최대인 워커힐 카지노의 경우 모회사인 (주)파라다이스 투자개발의 주식은 92년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총주식 1백87만4천주 가운데 실소유주인 전씨가 27.85%,매제인 김 부회장이 16.33%,전씨의 누나 숙희씨(74·수필가·전 국제펜클럽 한국지부장)와 청와대 관계자가 카지노 4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 강수창씨가 각각 1.92%를 소유하는 등 16명이 갖고 있다는 것.
○업계 “당연한 것”
그러나 이 가운데 몇몇은 실제 투자자가 아니라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각계고위층을 보호하기 위해 이름만 빌려주고 있는 주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도의 수익사업이었던 카지노 업계가 1시·도1사로 묶여 경쟁업체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호세력에 대한 지분할당은 업계에서 당연한 것으로까지 얘기되는 실정.
국세청의 이번 조사가 이같은 숨겨진 주주들을 찾아내는데 성공할 경우 슬롯머신 때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카지노 업계는 보고있다.<정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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