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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환경운동(신명나는 사회: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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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손에 물려줄 「삶의 터전」 지킨다/“파괴”현장 어디든 달려가 「파수꾼」 역할/본격 모임만 전국에 136곳/대표적인 「운동연합」,회원 7,000여명/대전 「배달클럽」도 지방에서 맹활약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
72년 6월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던 유엔 인간환경회의에서 이 구호가 채택된 이래 환경문제는 이제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에서의 인간의 생존문제」가 되어 있다.
환경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바뀌면서 개발논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반정부운동단체」 쯤으로 여겨지던 민간환경운동단체(NGO)도 91년 페놀사건을 계기로 급속도로 그 수가 늘어났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부설 「환경개발센터」에서 펴낸 「환경을 지키는 한국의 민간단체」라는 안내서에 따르면 환경문제만을 다루는 민간단체수는 1백36개. 간접적으로 환경에 관심을 표방하고 있는 단체까지 합치면 무려 3백여개에 이른다.
이 단체들은 환경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두고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지만 환경파괴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건강한 삶의 터전을 지키는 파수꾼 역학을 하는데는 차이가 없다.
「환경은 생명」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있는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박경리 등 3인)의 등장은 지금까지 민간환경운동이 대안없는 비판에 머물러왔다는 지적을 극복하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나라의 본격적 환경운동의 개척자이면서 가장 강력하고 급진적인 반공해운동단체였던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이 발전적으로 해체되면서 부산·목포·대구 등 전국 8개 도시 환경운동단체가 통합돼 지난 4일 정식으로 출범한 민간환경운동단체.
88년 9월 결성이후 핵발전소 반대운동,골프장 건설 저지운동,안면도 핵폐기물 처리장 반대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펼쳤던 공추련이 사회변화에 걸맞은 운동형태를 모색한 끝에 대중성과 전문성의 결합을 위해 새롭게 태어난 것.
환경운동연합은 산하에 교수와 석·박사과정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시민환경연구소(소장 고철환 서울대 해양학과 교수)를 두어 환경운동의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어린이환경학교,어머니환경대학,시민환경학교 등 각종 환경운동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조직적인 환경감시를 위해 택시기사들을 중심으로 환경통신원제도를 운영하면서 환경파괴의 현장을 고발하고 있는데 현재 서울에서만 1백50여명이 활동중이다.
이와함께 파괴되는 환경을 지키려는 구체적 실천으로 지리산 양수댐 반대서명운동,녹색마크제 추진,서울과 마산·창원지역 식수질검사 등 다양한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의원 3천5백여명을 포함,7천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 단체는 앞으로 생활속의 환경운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회원수를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위주로 흐르기 쉬운 민간운동의 상황에서 독특하게 지방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단체로는 대전의 「배달환경클럽」(회장 노융희).
91년 금강 제2휴게소 건설에 따른 대청호 수질오염에 대한 환경평가를 실시,그 결과를 수용한 충북도가 건설을 백지화하는 성과를 거둔 이 단체는 산하 환경연구소와 생태연구소를 통해 환경운동에 대한 이론과 실태조사를 펼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안양 동아제약 인근 악취영향 조사,대전시 장기환경계획 참가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 단체는 정부기관에서 의뢰한 조사용역도 담당하면서 실절적인 정책입안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3월 17개 도시에 전국 조직으로 확대한 이 단체는 현재 4천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녹색촌(에코타운) 건립을 꿈꾸고 있다.
89년 6월 교수 등 환경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환경과 공해연구회」(환공연·회장 김상종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환경운동에 전문적 지식과 정보라는 과학적 갑옷을 입혀 반공해운동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환공연은 BOD,PPM 같은 어려운 환경용어들을 대중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한편 90년에는 팔당호 골재재취 반대운동을 벌였으며 지금은 영종도 신공항 건설사업이 초래하는 환경파괴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환공연은 90년부터 매년 그 해의 「환경인」과 「공해인」을 발표해오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김포쓰레기 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와 「교통부 신공항 건설기획단」을 각각 환경인과 공해인으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소규모 환경운동 그룹들이 사회 곳곳에서 생겨나 공해추방과 자연보호에 나서 환경운동을 범국민 운동차원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91년 6월 젊은 직장인 1백여명이 모여 생활속의 환경보전 실천을 해나가는 「푸른 한반도 되찾기 시민의 모임」은 올해 중점사업을 한강되살리기 운동으로 정하고 한강수질검사,상수원 감시,한강오염지도 작성 등의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
북한산 은행나무 살리기로 유명해진 차준엽씨(44)가 대표로 있는 「자연의 친구들」도 국립공원 등의 자연보존을 위해 발벗고 뛰는 환경단체.
생활속의 작은 실천에서 환경운동은 시작된다고 믿고 이를 위한 의식과 생활방식의 변화를 강조하는 YMCA,YWCA,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비자연맹,환경을 살리는 여성들 등의 수많은 소비자·여성단체들도 빼놓을 수 없는 환경의 파수꾼들.
이들은 왜곡된 생활양식과 물량주의적 가치관에서 생태계파괴가 비롯된다고 보고 일회용품 안쓰기,재생용품 사용,소비자문화 개선 등의 방법으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어 중요한 환경운동의 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처해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정문제·대중성·전문성의 조화문제.
비교적 비중있는 전문환경운동 단체들이라 할지라도 좁고 낡은 사무실에서 부족한 회원들의 회비와 자료집 발간 및 자체 수익사업으로 버티고 있다.
이에따라 대부분의 환경단체들이 소규모인데다 전문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비슷한 성격의 단체들간의 통합이나 연대활동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단발성의 캠페인위주 운동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환경문제 인식을 오히려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환경과는 관련이 없거나 심지어 반환경적 성격을 갖는 단체가 전시용으로 환경보호를 외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하고 『많은 전문가집단을 가진 정부와 대중성을 우선으로 하는 민간부문 사이의 역할분담과 협력이 있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그는 많은 선진국들이 민간환경기구(NGO)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우리 정부도 본받아야 한다며 환경단체가 더 이상 정부가 기피해야 할 단체가 아니라 자손대대로 물려줄 우리 강토의 미래를 생각하는 건전한 집단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이현상기자>
◎“환경보호는 시민참여가 생명”/시민환경대학 박현숙간사/어릴적부터 “생활의 한부분”으로 교육 필요/기업과 정부의 자각·적극적인 노력 아쉬워
『환경운동은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생명입니다. 유럽의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큰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우선은 63만명이 넘는 회원수가 뒷받침된 때문입니다.』
국내 민간환경단체중 가장 큰 규모이자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운동연합의 시민교육기관인 「시민환경대학」 간사 박현숙씨(29)는 환경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넓히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환경운동연합의 환경운동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벌이는 시민교육 프로그램의 총괄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각종 환경교육프로그램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단발성 캠페인이 환경운동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환경운동의 역할을 깨우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현재 박씨가 관여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모두 5개.
화·목요일의 시민환경학교,목요일 오전의 어머니 환경대학,수요환경특강,주말 어린이 환경학교,월요일의 환경전문강좌 등. 이들 프로그램을 위해 강사섭외,교재검토와 작성,때때로 있는 현장교육과 숙박교육의 기획 등으로 박씨의 귀가시간은 거의 매일 자정을 넘긴다.
박씨가 환경운동으로 뛰어든 것은 90년.
중앙대 총여학생회장을 맡으면서 학생운동에 관여했던 박씨는 졸업후 자신이 갖고있는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사회변화를 위해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끝에 환경운동에서 대중성과 운동성이 결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단체인 공추련에 뛰어들었다.
90년 서울시 상봉동 삼표연탄공장 주변의 진폐증환자 법정싸움을 도와 결국 보상을 받아내기도 했던 박씨는 각 대학 환경동아리 조직에도 간여하는 등 환경운동의 저변확산에 노력했다.
공추련 총무부장으로 단체의 어려운 살림을 운영하다가 올 2월부터 교육담당을 맡게됐다.
『환경운동은 우선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끝나거나 지엽적인 것에 그치는 계몽활동은 오히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흐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박씨는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자각과 적극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하고 이같은 정부·기업의 역할에 대해 24시간 감시하는 시민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환경교육은 어릴 때부터 생활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며 이는 곧 민주시민으로서의 주인의식의 확립과도 통한다』고 강조하는 박씨는 『앞으로 시민들이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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