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작가 비크람 세스 『어울리는 소년』영서 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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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2의 톨스토이가 출현했다』
최근 영국의 평론가들이 인도출신 작가 비크람 세스(41)에게 보낸 찬사다. 그는 최근 책출간여행으로 영국을 방문한 뒤 영어권문학계에 신데렐라로 부상하면서 현대문학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걸출한 작가라는 영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지난 4월 내놓은 처녀작 『어울리는 소년』(A Suitable Boy)이 영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40여년 전 인도가 독립과 분할을 추구할당시의 얘기를 소재로 한 서사시로 1천4백49페이지 짜리 단행본으로 출간되자마자 날개돋친 듯 팔려 출판사를 돈방석 위에 올려놓았다. 이는 영어로 쓰인 최대 페이지 단행본소설이라는 영국출판계의 기록도 세우고 있다. 이 소설은 단지 잘 팔리는 소설일 뿐 아니라 작품성 면에서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수작이다.
『「어울리는 소년」은 단지 대하 영문소설이라는 차원을 떠나 20세기 후반을 장식할 풍부하고도 장엄한 스케일의 대작』 이라는 평론가 대니얼 존슨의 더 타임스지 기고는 이 같은 세스의 작가적 역량을 잘 대변하고 있다.
가디언지는 한술 더떠 이 작품을 놓고 그를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영국의 조지 엘리어트에 비교하기도 했다.
종교적인 완고성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군더더기나 화려한 수사 없이 직설적이며, 또한 상상력을 최대한 확장했는가하면 불가사의한 현실적분위기를 자아내는 등 심각한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 지침서가 될만할 정도의 수준이다.
이 소설은 단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들을 몰아세우고 납치하는 등의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그의 의식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세스의 작품이 성가를 발휘하자 출판사들은 다투어 그를 붙잡으려 혈안이 돼있다. 영국출판사 피닉스 하우스가 그에게 37만5천달러의 선금을 주었는가하면, 미국의 하퍼 콜린스사는 60만달러를 미리 건네줬다는 소문이날 정도다.
이처럼 작가로 성공한 그에게도 성장과정에서 진한 고민과 좌절의 세월이 있었다. 52년 바로 그의 처녀작품의 무대가 됐던 시기에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힌두교와 이슬람교가극도로 대립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성장한다.
70년대 초 세스는 인도를 떠나 영국 옥스퍼드대로유학을 갔고 이어 75년부터 11년간 미 스탠퍼드대로 옮겨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는 원했던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는데는 실패했다.
그 대신 그는 아주 귀중한 경험을 한다. 80∼년 중국을 방문, 한시·중국어를 배운 것이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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