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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역경 외면하는 세태(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물질문명이 극한으로 치닫는 사회에서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태가 나타나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모든 가치의 척도가 자기중심이 되어 자기가 행복하면 세상이 모두 행복하게 비춰진다. 선과 악의 판단도 자기에게 유리하냐 아니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기존 윤리나 도덕률이 무너지고 자기쾌락과 편익이 가치기준의 척도가 된다.
지난달 31일 전철안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한 시민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 공직자의 무관심으로 치료의 적기를 놓쳐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사건도 바로 이런 사회병리현상이 빚은 비극중의 하나다(중앙일보 7일자 보도).
승객들중 몇사람만이라도 환자를 즉시 전철에서 부축해 내려 역무원에게 인계하고,역무원이 구급차에 연락해 진료를 받게 했더라면 환자는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간단한 절차를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가족의 가장이요 존귀한 한 생명을 죽음의 위기에 몰아넣게 된 것이다. 물론 출근시간이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리란 점은 이해할 수 있다. 또 수많은 승객중에 왜 하필이면 내가 그 귀찮음과 수고를 맡아야 하느냐 하는 시민으로서의 책임회피도 나무라기만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 일은 누군가가 맡았야 할 시민정신이요 인정임을 아무도 의식하지 못한데 우리사회의 문제가 있다.
뒤늦게나마 환자를 발견한 역무원과 연락을 받은 경찰 사이의 소관떠남기기는 더욱 한심스럽고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경찰은 환자의 병원 이송과 신원파악은 고사하고 「역에서 발생한 환자는 역에서 처리하라」는 말같지도 않은 이유를 내세워 다시 역으로 떠넘겼다. 경찰법 제3조는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를 그 임무의 하나로 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경찰관은 마땅히 환자를 직접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병원 구급차에 연락해 긴급조처를 취하는 것이 도리요 직무를 수행하는 바른 자세였을 것이다. 따라서 환자를 전철역의 소관으로 미룬 것은 직무유기가 분명하다. 이에따른 해당 경찰관의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인정이 메마르고 시민정신이 실종된 현실에서 이를 기대하고 의존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일는지 모른다. 때문에 이같은 사회병리로 생긴 허점을 보완하는 법제도와 사회시스팀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적십자사가 관할하는 129 응급환자 정보센터와 내무부가 소방서에 위탁해 운영하는 119 응급수송체계의 운영을 보다 활성화하고 국민에게 충분히 주지시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또 응급환자에 대한 국가의 치료비 보증제도도 조속히 실시해 책임을 떠맡게 될까바 해야할 일을 꺼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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