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스페인 사회당정권/조기총선 정치도박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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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난­부패스캔들로 인기하락/“유럽사회주의 퇴조”한 단면
6일 실시된 스페인 총선은 펠리페 곤살레스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노동당(PSOE)정부의 11년 단일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스페인이 사실상 양당체제로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은 유럽사회주의 마지막 보루로 곤살레스 총리의 인기를 바탕으로 연속 3기 집권에 성공한 스페인 사회노동당 정부의 재집권과 제1야당인 우익 국민당(PP)의 정권교체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사회노동당은 총 3백50석의 하원에서 절대과반수(1백75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앞으로 군소정당들과 제휴,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이는 82년 집권이래 처음 겪는 「사실상」 정치적 패배가 됐다.
이는 국제적으로 유럽사회주의가 퇴조하고 있음을 뚜렷히 반영하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은 지난 3월 총선에서 참패의 수모를 겪어야 했고,이탈리아 사회당은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만신창이가 됐으며,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민당도 집권 우익정당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제 서유럽에선 노르웨이·덴마크·오스트리아에만 좌파정부가 집권하고 있을 뿐이다.
40대 기수론을 들고나온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41)의 국민당은 프랑코 독재의 망령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벽앞에 좌초,집권당이 되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젊은 유권자들 다수가 이념보다는 현실개혁을 요구하며 사회당에 등을 돌려 1백6석이었던 의석을 1백40석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 실시된 이번 총선은 지난 4월12일 곤살레스 총리가 경제침체와 정치자금 부패스캔들로 난파위기에 몰린 사회노동당을 구해보려는 정치도박이었다.
82년 집권,86년과 89년 선거에서도 안정과반수 득표에 성공한 사회당은 곤살레스총리의 카리스마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장기집권에 대한 염증과 90년대들어 계속되는 경기침체,사상 최악의 실업사태 등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80년대 후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적 번영을 구가해온 스페인은 90년대 들어 유럽 전역에 불어닥친 경제침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체 노동인구의 22%에 해당하는 3백30만명이 실업상태다.
지난해 바르셀로올림픽과 세비야 국제박람회 등 대역사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불과 1% 경제성장에 그쳤고,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뒷걸음질이 예상되는 등 악화일로에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른바 「필레사 스캔들」이라는 집권당의 불법정치자금 조성사건이 터졌고,이 잡음이 당내분으로 표면화됐다.
89년 총선당시 사회노동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필레사라는 유령자문회사를 차려놓고 70개 기업으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1백억페시타(약 7백억원)을 챙겨 정치자금으로 유용한 이 사건은 사회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곤살레스총리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위한 승부수로 조기총선을 실시,우익 정당에로의 정권이양을 막고 일단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승리는 그러나 당이 아닌,총리로서의 자질에 관한 한 달리 비견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곤살레스 총리 개인의 인기에 의한 것이었다.
이번 총선은 스페인에 양당 중심의 민주주의로 탈바꿈하는 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이나 약체 연정에 따른 정치적 불안과 경제침체라는 외부적 요인이 회복될 경우 또다른 조기총선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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