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얘기로 문화유산 해설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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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술평론가 유홍준씨(영남대교수)가 쓴『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발매 1주일만에 초판이 매진되는 등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년간 우리 산하를 누비고 다녔던 유홍준씨가 각 지역에 흩어져있는 유형·무형의 문화유산과의 만남을 자신의 독특한 미학을 기초로 해박한 지식을 담아 풀어나간 이 책은 영풍문고의 경우 인문사회과학계열 베스트셀러 1위, 교보문고에서는 종합베스트셀러 9위에 랭크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어 출판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창작과비평사는 당초 인문사회과학계열 저서들의 경우 초판을 5천부내외로 발행하던 출판계의 관례를 깨고 2만 부를 발간하는 자신감을 보였었다. 이 같은 출판사의 예상은 적중해 이 책은 지난달 20일 발행된 지 1주만에 초판이 매진됐으며 재판으로 펴낸 1만 부 역시 3일만에 거의 다 팔려나가는 등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홍준 씨는『노동시인 박노해씨를 비롯, 국어교사·건축가·불교계의 스님들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잃어버린 한국의 서정을 되찾았다」「우리 땅이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우리문화의 소중함에 새삼 눈뜨게 됐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내오고 있다』며『강연요청이 쇄도해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역사학이나 고고학·민속학·미술사 등 어느 한 분야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문화유산의 진실을 독자로 하여금 마치 답사현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구수한 이야기 솜씨로 뒤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듯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것.「아는 만큼 느낀다」는 작가의 기본 인식 아래 평소 무심히 지나쳐버렸던 이름 없는 절집이나 구석에 파묻힌 돌 조각에까지 애정 어린 관심을 담아 산하에 스민 역사의 자취와 조상들의 삶의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또 개발의 미명아래 옛 모습을 잃어 가는 문화유적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와 함께 답사객이 머무르는 숙소와 음식점에 얽힌 다정다감한 얘기들은 역사와 문화탐구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3백46쪽·6천5백원><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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