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농구 2m31㎝ 흑인 「마누트볼」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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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올 시즌 챔피언 시리즈가 한창인 미국 프로농구(NBA) 에서 아프리카 출신의 야생마와 같은 꺽다리가 대 스타로 변신한「신데렐라 보이」에 대한 출세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수단 출신 마누트 볼(필라델피아 세븐티 식서스)로 올 시즌 MVP 찰스 바클리나 마이클 조던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농구선수로서의 성장과정은 극적이다.
미국프로농구의 일류선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공을 잡아 이미 고교시절 스타가 되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는 엘리트코스를 밟고 있으나 볼은 이 같은 농구인생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수단 딩크족 출신인 볼은 농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그러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농구 볼을 잡은 지 6년도 채 안돼 NBA 부동의 센터로 자리잡았다.
2m31㎝로 자이언트인 그는 코트에 서 있기만 해도 상대에게 위협을 준다.
두 손을 들고 서 있기만 해도 상대 공격수들이 슛에 겁을 집어먹을 정도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 한 토막.
91년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이 시즌 중 볼의 머리 위에서 덩크 슛을 성공할 경우 상금을 주기로 내기를 했으나 모두 무위에 그쳤다.
그의 특징은 엄청난 큰 키에 기형적으로 긴 팔을 이용한 슛 블로킹.
NBA에 데뷔한 직후 2시즌동안 무려 3백 개가 넘는 슛 블로킹을 성공, 이 분야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
그를 오늘의 대 스타로 발굴한 사람은 클리블랜드 주립대학의 농구코치 케빈매키.
매키는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농구 지도자로 있던 미국인으로부터 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주관하는 대학리그에 출전시켜 우승할 욕심으로 87년 미국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볼은 영어로 말하기는커녕 쓸 줄도 모르는 데다 전화기는 물론 자판기 사용도 모르는 깜깜 무식이었다.
매키는 가정교사를 고용, 입학시험을 준비했으나 끝내 합격되지 못했다.
이때 코네티컷대학이 볼의 입학을 허락하면서 그의 농구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각고의 노력 끝에 90년 NCAA리그에 참가해 게임당 22점, 리바운드 13개, 블로킹 7개의 뛰어난 기록을 수립하면서 혜성같이 미국 대학 농구계에 등장, 주목을 끌었다.
그는 다음해 프로 마이너리그에 속한 로드아일랜드 칼레스로 옮겼고 1년 후 NBA로 이적, 본격적인 프로 인생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금 매년 1백만 달러 이상의 거액을 벌어들이는 대 스타가 되었다.
이제 볼은 부와 명예를 얻었으나 결코 어려운 시절과 고국을 잊지 않고 있다.
그는 프로농구에서 번 돈으로 그 동안 고국의 어려운 친구·친족들의 생활을 지원해주는 일에 골몰해 왔으며 미국 내 친선활동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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