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엔 분명한 메시지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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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간의 두차례에 걸친 고위회담이 진전없이 끝났다. 추가회담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서 핵문제에 대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된 가능성이 많지 않다.
어렵게 마련된 미­북한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북측이 핵무기 개발의사를 포기,또는 핵확산조약(NPT) 탈퇴선언 철회를 분명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추가회담이 열리더라도 최소한 북한이 NPT탈퇴 철회의사를 밝히지 않는한 회담은 결렬되고 북한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사태는 더욱 바라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바라지는 않더라도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지 않는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는 불가피하며,우리는 이에 따른 위험을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동안 북한은 핵이란 카드를 이용해 많은 것을 얻어냈다. 남한내 미군 핵무기 철거,우리쪽의 비핵화선언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것이다. 북한은 지금도 많은 것을 더 얻어내려 하고 있다. 팀스피리트훈련 영구중단,남한내 미군기지 사찰,대북 핵선제공격 포기 보장,한국에 대한 미 핵우산 철회,북한체제 존중 등을 제기하고 있고,미일과의 관계증진을 통해 안보·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하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까지는 가지 않고 핵문제를 단순한 외교상의 카드로만 이용하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의 양보는 못할 일도 아니다. 우리 정부나 미일 양국은 그 정도의 융통성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측이 체제의 생존전략으로 핵무기 보유에 집착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은 60년대 말부터 30여년간 핵개발사업을 진행시켜 왔다. 2개의 농축우라늄공장,영변의 핵재처리공장 등을 건설해 이미 핵폭탄 2∼3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NPT를 탈퇴하려는 것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피해가며 핵개발을 하려던 것이 예상보다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핵무기 보유 집념이 강하다면 NPT탈퇴를 철회한다 해서 핵개발을 포기한다고 보기가 어렵게 된다.
이렇게 북한이 핵보유를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는 한 우리측의 양보는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만다. 따라서 핵에 대한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를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의도가 분명하지 않는한 우리측은 원칙적이고 결연한 입장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북한측에 되는 것은 무엇이고,안되는 것은 무엇인가를 분명히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의 핵무기 보유는 전쟁도발과 함께 최우선의 「안되는 일」이라고 본다.
핵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미국 등 주요 강대국과의 긴밀한 공조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게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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