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첫 30대·첫 한국인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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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초 한국 AIG생명보험 사장으로 선임된 이상휘(39·사진)씨는 AIG생명 내에 갖가지 기록을 남겼다. 우선 한국 AIG생명 최고경영자(CEO)중 첫 30대다. 또 첫 한국인 CEO이기도 한다.

 직원 사이에서 “능력이 뛰어나면 나이와 출신을 뛰어넘어 얼마든지 앞서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인물”이란 평이 나오는 이유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서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연구소를 박차고 나와 아메리칸 국제경영대학원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경영학석사(MBA)과정을 마친 뒤 1992년 AIG 계열사 일본지사에 입사했다. 그 후 그는 홍콩과 일본에서 펀드매니저로 생활하며 승진을 거듭했다. AIG 투자자문 코리아 대표, AIG생명 최고재무경영자(CFO)를 거쳤다. 직장생활 15년 만에 한국 AIG생명 CEO가 된 것이다. 한국 AIG생명의 지난해 총자산은 5조1359억원이다.

 그는 “어렸을 때 미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다”며 “그러나 연구소에 가서 실험을 하다 보니 하루 종일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근무시간에는 ‘입을 본드로 붙여놓은 것처럼’ 말할 기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인생을 바꾸게 된 이유치곤 싱겁다.

 30대에 CEO가 된 비결을 그는 “회사에서 잘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여러 가지 자원을 잘 활용해서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혔다”며 “신중함과 성실성이 그를 이 자리까지 올려 놓았다”고 설명했다. AIG생명 부사장 시절 그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일을 했다. 직원 가운데 제일 늦게 퇴근하는 편이었다고 한다.

 ‘AIG러너스’라는 사내 마라톤클럽 회장인 그는 국내의 굵직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에 완주할 정도로 달리기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달리기와 경영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철저한 준비와 기초체력을 기반으로 한 장기 레이스라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그렇다는 것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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