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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골프장이 만능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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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농지에 ‘반값 골프장’을 지어 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경제부총리의 정책안이 발표되자 파장이 제법 크다.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거시적인 경제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운용의 실효성을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올 상반기 서비스 수지 적자가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여행수지 적자도 2004년 62억8120만 달러에서 지난해 129억1840만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가 넘었다. 주된 요인이 해외여행 경비 및 유학·연수 비용 지출이고, 이 중 상당수가 국내보다 저렴한 해외 골프관광을 즐기는 추세 때문이란 점을 들어 정부는 해외 골프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구체적인 수요 조사나 실효성 있는 추진 방안 없이 일단 착수하고 보자는 정책 추진 방식은 근본적인 정책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관광객들의 자발적인 방문 욕구를 자극하는 해외 관광 인프라는 부지기수로 많다. 특히 골프장이라는 단일한 자원으로 서비스 수지의 누수를 막겠다는 것은 의도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클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여 올 소극적인 방안을 고심할 것이 아니라, 외국 관광객을 우리나라로 유입할 수 있는 거시적이고 탄탄한 서비스 산업 인프라 구축과 지원에 대한 새로운 발상을 해야 한다.

이번 2단계 서비스 산업 강화책에 대한 우려와 지난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 등 범국가적 정부 정책의 추진 과정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효율적인 사업 지원 체계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체계적이고 과감한 지원은 향후 올림픽 등 대형 국제대회나 사업을 유치하고 세계적 수준의 서비스 산업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전체 관광산업 차원에서 볼 때도 비슷한 선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개장한 홍콩 디즈니랜드는 1999년 건립 계약 체결 전까지 상하이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그러자 홍콩 정부는 디즈니랜드가 홍콩의 관광 대국 입지와 향후 경제력 성장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직접 사업자가 돼 파격적인 토지비용 상환 조건을 제시하는 등 전폭적 지지를 약속했다. 이렇게 유치된 홍콩 디즈니랜드는 새롭게 3만6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효과는 190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 정책이나 사업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분석과 효율적인 집행 관리, 타당한 사후 평가가 필요하다. 문제는 실패에서 배우려는 열린 마음가짐과 세밀하게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장인 정신이다. 정부는 문화관광 대국을 건설할 큰 그림을 마련하고,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 등을 만들어야 한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한국정책분석평가 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