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복싱 일 프로무대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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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한이 아시아 밴텀급의 최강 이광식(24)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프로무대를 두드린다. 그동안 아마추어 복싱만을 고집했던 북한이 이제 작게는 몇 만달러에서 많게는 몇 십만달러까지 두 주먹만으로도 확실한 외화벌이가 되는 프로복싱에 눈을 돌린 것이다. 북한에서는 지난해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각종 프로복싱경기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상 프로선수 선발을 위한 일종의 프로테스트 성격이 짙은 국내선수들간의 대회. 그러나 최근엔 상품가치가 높은 올림픽이나 세계대회 등 비중 큰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이 곧바로 해외의 프로무대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선두주자는 지난 91년 호주에서 벌어진 제6회 세계선수권대회와 92올림픽에서 거푸 동메달을 따냈던 밴텀급의 이광식.
장소는 교포들이 많이 사는 일본으로 프러모터 또한 북한과 일본을 자유로이 드나들며 세계프로복싱계 사정에도 밝은 조총련계 동포가 맡는다.
이광식은 지난해 3월 태국 방콕에서 벌어진 제16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강타자 신수영(한체대)을 간단히 제압,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최고의 파이터」로 뽑혔던 강호.
92올림픽 플라이급 금메달리스트 최철수(23)와 함께 북한 경량급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이광식은 특히 올림픽 8강전에서 91세계선수권 밴텀급 우승자이자 93세계선수권 페더급챔피언인 불가리아의 세라핌 토도로프를 격파, 세계복싱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 때문에 아시아복서로선 드물게 AIBA(국제아마복싱연맹)기관지인 「월드 아마추어복싱 매거진」에 그 활약상이 컬러사진으로 실렸을 정도.
이광식은 구 소련과 쿠바복싱을 접목, 인파이팅·아웃복싱을 고루 갖춘 테크니션이면서도 펀치의 파괴력이 뛰어나 프로엔 안성맞춤이어서 일본의 유수 프러모터들이 끊임없이 추파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식이 프로에서 세계랭커로 올라설 경우 WBC밴덤급 챔피언인 한국의 변정일(26)과도 대결 가능성이 높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초 이광식은 지난 5월 핀란드·중국에서 동시에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와 동아시아대회중 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마생활을 마감, 프로에 진출할 계획이었으나 주먹부상으로 아마 고별전을 갖지는 못했다.
이광식은 최근 부상에서 완쾌, 늦어도 올 가을엔 일본에서 프로데뷔전을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은 한달에 한번꼴로 구락부별로 프로선발전을 치르는 등 적극적인 유망주 발굴에 나서 머지않아 한국·일본·태국·필리핀 등이 지배해온 아시아프로복싱계에 태풍을 몰고 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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