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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위제」 첫 행장 이철수 제일은행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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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금융기관들은 이제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어 있습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과학적이고 경쟁력 있는 경영을 해야 하는데 그 원동력은 역시 맨파워입니다.』 새 정부 출범이후 시행된 행장추천위제도에 따라 처음으로 은행장이 된 이철수 제일은행장(56). 이 행장은 취임당일 통상 서열에 따라 두 명의 전무를 두던 관행을 깨고 시니어임원과 주니어임원 그룹에서 한 명씩 전무로 승진시키는 「파격」을 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의 앞에 놓인 짐은 적지 않다. 우선 내부적으로 동생이 경영하는 기업에 많은 대출을 해준 게 문제돼 물러난 박기진 전 행장 퇴진에 따른 은행이미지 실추나 내부동요를 추슬러야 한다. 사정한파 등 시류변화의 덕을 보았다는 일부의 평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밖으로도 새 정부 출범이래 새 제도에 따른 첫 행장이란 부담과 50대 신세대 행장의 기수 역할도 잘 해내야 한다. 여느 때보다도 자율적으로 내부에서 선임된 만큼 책임경영의 원칙아래 은행을 제대로 이끌고 나아가야 새 제도가 제대로 뿌리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경영의 핵심도 적절한 인력배치와 관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점장의 임면, 책임자의 승격 때 비상설 심의위원회를 두어 외부청탁과인사권자의 편견을 배제한 채 공정하게 심의토록 하겠습니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길게 보는 미래지향적인 경영전략을 강조하면서 내실 있는 경영방안으로 『삼국지』에 나오는 「지(창의력과 전문지식), 용(강한 실천력), 덕(인화)」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취임 후 첫 작품으로 지난달 1일에는 가계와 중소자영업자에게 대출 「보장」을 약속하는 새시대종합통장을 내놓았다.
59년 서울대상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입사, 34년만에 행장에 올라선 그는 상무·전무시절 부서를 찾아가 행원들과 업무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기안도 하는 등 정열적 일처리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이 행장이 91년부터 2년 연속 경영실적 1위를 지켜온 제일은행을 계속 잘 다져나갈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글=양재찬 기자 사진="장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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