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찾아줘야 실적 높인다(공기업 이대로 좋은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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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영권 정부장악한 「민유화」론 미흡/독점가격만 올려 공익해칠 가능성/하 경쟁력회복 대책
정부가 그동안 공기업에 대해 취한 정책은 두갈래로 집약된다.
하나는 갈수록 비대해지는 공기업에 대해 견제기능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기업의 민영화 추진이다.
견제기능을 위해서는 지난 84년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을 제정,이사장제도를 도입했다. 경영규모가 커지고 내용도 갈수록 전문화됨에 따라 불필요한 정부간섭을 줄이고 그대신 전문가들로 이사장 및 이사회를 구성,투자기관의 우려되는 방만 경영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사장제도는 위인설관의 끊임없는 시비속에 제 기능을 찾기못하고 있다.
정부는 68년 대한항공 공사 등 적자 공기업의 민영화와 80년초 시중은행 민영화 실시에 이어 87년 제3차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민영화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이 기구를 통해 포철·한전·외환은행·국민은행·담배인삼공사 등 11개 투자기관 및 재출자기관을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민영화가 현재 진행중이거나 완료된 기업은 포철·한전·증권거래소·외환은행·종합화학 등 5개뿐이다. 정부는 올해 한국통신공사 주식중 6천6백67억원어치를 국민주 형태로 매각할 계획이나 이 역시 증시의 어려움때문에 실시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때문에 정부는 87년의 민영화계획을 일단 백지화하고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맞춰 입안중인 중기 재정계획에서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공기업의 경영효율화라는 적극적인 측면보다는 재정수입 가운데 얼마를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해 보충하겠다는 소극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추진중인 국민주 보급형태의 공기업 민영화를 과연 명실상부한 민영화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기업학자들은 민영화와 민유화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주 형태로 주식의 일부를 국민들이 나눠 갖고있다하더라도 경영권이 정부의 영향력아래 있다면 이는 공기업의 민유화일뿐 민영화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송명희박사는 『공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계속 보유한채 주식만 민간에 매각하면 민간주주들을 의식해 독점가격만 올려 공익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민유화한 일부 공기업들이 앞다퉈 자회사를 늘려가고 있다. 예컨대 포철은 19개(해외현지법인 제외)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는 승광(체육시설설치)·세마건축사무(일반건축물설계)·포스코휼스(실리콘웨이퍼제조) 등 공공서비스라는 공기업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업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한전도 제일정보통신(정보서비스) 등 9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통신연구원을 조신박사는 이에대해 『독과점 특혜를 이용한 「저생산­고마진」에서 빚어진 「공기업의 재벌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공기업 문제에 대한 방향설정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우리경제의 심각한 관계로 등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재홍박사는 『공기업은 이제까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이익을 낼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얼마만큼의 경쟁력을 가질수 있느냐의 차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주인」을 찾아주는 명실상부한 민영화 방안을 마련,실적주의 풍토를 조성하고 경쟁과 책임의식을 갖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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