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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114명서 올 5월엔 1,400만명 천역 에이즈 급속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21세기를 눈앞에 둔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공포 가운데 하나인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현대 인류의 도덕적 타락을 경고하는 신의 「천역」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에이즈. 그 원인이 되는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HIV)가 발견된지 꼭10년이 지났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이나 예방백신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에이즈는 무서운 속도로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번져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고있다.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 10주년을 맞은 오늘의 세계 에이즈확산 현황을 추적해본다.
92년 말까지 국제보건기구(WHO)에 보고된 전세계 에이즈 환자수(발생기준)는 61만1천5백89명. 이는 WHO가 에이즈 발생 통계를 잡기 시작한 지난 79년 이후 세계 1백73개국으로부터 공식보고 받은 사례를 단순히 합한 수치로 실제 발생한 에이즈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25만명 사망>
가장 심각한 지역인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후진국과 개도국의 경우 에이즈 진단 자체가 불확실한데다 의료행정 미비로 보고시스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통계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WHO산하 세계에이즈 퇴치프로그램 사무국은 매년 실지조사를 바탕으로 전세계 에이즈 환자수를 추정하고 있다. 이 추정치에 따를 때 작년 말 현재 전세계 환자수 누계는 2백50만명. 이중 절반정도가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WHO는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에이즈로 전세계에서 1백25만명 정도가 이미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비록 불완전하긴 하지만 WHO에 보고된 전세계 에이즈발생 통계는 에이즈의 놀라운 확산 속도를 입증하고 있다.
80년 처음으로 1백14명을 기록했던 것이 이듬해 4백88명으로 4배가 늘어난 이후 매년 2백∼3백%의 증가세를 보이면서 87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섰고, 그후 불과 5년만에 61만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에이즈 환자로 이행하는 것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보통 10년이 경과한 다음이다.
WHO가 추정하고 있는 전세계 감염자수는 올 5월말 현재 1천4백만명. 이는 지난해말 기준 WHO의 추정치 1천3백만명보다 불과 5개월새 l백만명이 늘어난 것으로 세계인구 1천명당 3명이 보균자인 셈이다. 한해동안 약1백만명이 새로 감염된 92년에 비해 올 들어서는 두 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WHO는 현재의 확산 속도가 지속될 경우 2000년에는 전세계 인구의 0·5∼0·6%에 달하는 3천만∼4천만명이 감염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
에이즈의 공포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지만 전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곳은 사하라사막이남의 아프리카지역. 올 5월 말 기준으로 약8백만명이 보균자로 추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생한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70%인 1백75만명이 이 지역출신이라는 것이 WHO측 추정이다.
특히 에이즈 감염이 심한 탄자니아·우간다·케냐 등 동아프리카 일부 도시의 경우 성인인구 3명당 한 명, 나이지리아매춘부의 15∼20%가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통계까지 나와 있다. WHO는 금세기 말까지 이 지역의 감염자수가 5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남아도 심각>
아프리카 다음으로 심각한 곳은 남부아시아 및 동남아지역. 1백50만명이 감염자로 추정되고 있는 이 지역은 에이즈의 새로운 폭발지역으로 주목되고 있다.
WHO는 10년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났던 폭발적 감염 추세가 지금은 이 지역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하면서 인도와 태국을 포함한 이 지역을 오늘날가장 우려되는 지역으로 꼽고있다.
감염자수에 있어 남부아시아 및 동남아지역과 맞먹는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도 에이즈가 심각한 곳으로 지적되고 있다 .
1백50만명의 감염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역의 향후 확산 속도는 브라질에 주로 달려있다고 WHO는 분석한다. 작년 말 현재 브라질의 공식 에이즈 환자수는 3만1천명으로 아프리카와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공식 에이즈 환자수를 합한 것보다 많은 실정이다.
단일국가로는 물론 미국이 가장 심각하다. 지금까지 공식 보고된 24만2천명을 포함, 모두 32만5천명의 에이즈 환자와 1백만명에 육박하는 감염자가 미국 한 나라에 집중돼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선진국 도시 중 에이즈 감염률 1위인 뉴욕의 경우 사망원인의 30%가 에이즈며, 50세 미만 인구 3명중 1명이 보균자라는 조사까지 나와 있다.
이 밖의 지역별 바이러스 감염자수는 ▲서유럽 50만명 ▲북아프리카·중동 7만5천명 ▲동유럽·중앙아시아 5만명 ▲동아시아·태평양 2만5천명 ▲호주 2만5천명 등의 순이다.
WHO에 공식 보고된 극동지역의 에이즈 환자수는 작년 말 현재 일본 5백8명, 중국 11명, 한국 13명 등 모두 5백31명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사람에게 에이즈 진단이 처음 내려진 것은 81년6월 악성폐렴 증세를 보이던 5명의 미국인 동성연애자들이 후전성면역결핍 판정을 받으면서였다. 그때부터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의학자들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83년5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장 뤽 몽타니에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에이즈 바이러스추출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꼭 10년이 지났지만 효과적인 치료제나 예방백신은 아직도 실험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이 내린 역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쉽게 찾아냈지만 아직도 인류의 지혜가 그것을 파괴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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