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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이색 『모방전』 눈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은 미술수업의 기본이다. 대가들의 걸작들이 모여 있는 미술관, 더구나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쯤 된다면 미술의 기본을 익히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좋은 학교가 없을 것이다.
지난 2백년동안 수많은 미술가들을 길러내는 산교육장 구실을 해온 루브르 박물관이 그간의 「교육성과」를 결산하는 기획전을 열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이 개관 2백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모방-창작 비교전」은 그동안 「루브르 미술학교」를 거쳐간 대가들의 작품과 일들에게 영감과 교훈을 제공했던 루브르 박물관 소장 원작들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측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터너·제리코·들라크루아·앵그르·마네·세잔·고흐·피카소 등 대가들의 작품 3백점을 선정했다.
모방이라고 하지만 표절시비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원작을 똑같이 모사한 것들은 물론 아니다. 원작에서 얻은 힌트에서 자신의 개성광 창의를 가미한 사실상의 창작품들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자랑하는 『걸작 모나리자』는 수없이 많은 미술가들에게 탐구와 경탄의 대상이 돼 왔다. 따라서 『모나리자』를 원작으로 한 모작들이 이번 전시회에서는 별도의 전시실 한 칸을 다 채우고 있다.
다소곳이 모은 『모나리자』의 두 손은 피카소의 데생수업 대상이었고, 뒤샹은 『모나리자』에 수염을 그려 넣는 기지를 발휘했다. 또 워홀에게 『모나리자』는 판화의 모델로 보였을 뿐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모방의 대물림을 확인하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앵그르는 르네상스시대의 베네치아 작가 티치아노를 사사, 그의 작품을 모방한 많은 걸작들을 남겼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앵그르의 작품들이 이번엔 프랜시스 베이컨에게 영감을 주는 바탕이 됐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티치아노의 그림들은 들라크루아에게도 영감을 제공했고 르 코르뷔지에·쇠라·피카소 등 후대 미술가들은 다시 들라크루아에게서 교훈을 얻었다.
루브르 박물관을 찾은 고흐는 밀레의 구도와 들라크루아의 색채에서 힌트를 얻어 밀레의 대표작인 『이삭줍는 여인』을 연상케하는 『풀 뽑는 여인』이란 작품을 1890년에 그렸다. 당시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밀레의 구도에 들라크루아의 검정과 흰색을 포갠 뒤 생각나는 대로 색깔을 칠했더니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18세 때부터 루브르 박물관을 드나들며 대가들의 작품을 열심히 모방했던 드가는 『화가는 대가의 그림을 모방하고 또 모방해야 한다. 훌륭한 모방자라는 것을 입증한 다음에야 자연의 무 한뿌리라도 그릴 수 있는 것』이라며 모방을 통한 미술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수많은 걸작들을 낳는 터전이 돼온 루브르 박물관의 이번 기획전은 매우 뜻깊은 전시회로 평가되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은 책 읽는 법을 가르쳐주는 또 하나의 책이다.』 그 자신 「루브르 미술학교」 모범생이었던 세잔의 말이다. 【파리=배명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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