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에베레스트」 정복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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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산악계의 해외원정 태동기는 1960년대-. 불과 30년 전인 지난 62년 박철암 대장, 김정섭·주정극·송윤일 대원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Ⅱ봉(7,751m) 정찰로 히말라야원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해외원정의 성장기는 70년대. 70년 김정섭·호섭·기섭씨 3형제와 한이석·김병구·이규태씨 등이 추렌히말을 등정한데 이어 김영도대장이 이끈 원정대가 77년 9월15일 세계 14번째로 고상돈 대원(당시 29세·사망)을 에베레스트(8,848m)정상에 올려보내는데 성공했다.
78년엔 김병구·함탁영·유동옥씨 등이 안나푸르나4봉(7,555m)을 등반했고 79년에는 고상돈·이일교·박훈규씨 등이 매킨리봉에 올랐다. 이때 고 대원과 이 대원이 하산 중 추락사함으로써 70년대 초 20명 가까운 희생을 몰고 온 마나슬루 참사 이상으로 한국산악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심의섭·허욱·윤대표씨 등이 유럽알프스아이거북벽(3,970m)을 등반, 새 전기를 이뤘다.
한국산악계는 80년대 마침내 허영호라는 걸출한 산사나이를 배출했다. 허씨는 82년 마칼루봉(8,481m)을 밟은 이래 올해 들어 지난 4월 중국령 에베레스트 초모랑마(8,848m)를 등정했고 남극점과 남극 최고봉 빈센매시프(5,140m), 오세아니아주 최고봉 칼스텐즈(4,848m) 등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조만간 5대양6대주 극지와 최고봉 모두를 섭렵하는 대기록 작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80년대부터는 여성들도 해외원정에 뛰어들었다. 한국 최초로 여성등반대 이혜경·진미화·이선현씨 등이 미국 요세미티암벽을 등정한데 이어 82년 정길순·기형희씨 등이 람중히말(6,986m), 84년 김영자씨가 안나푸르나, 86년 남난희·정영희씨가 강가푸르나(7,455m), 올해엔 지현옥·김순주·최오순씨 등 3명의 여성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한국산악계는 80년대 후반에 들면서 연령과 직업이 다양해지고 공산권 개방으로 지역도전세계로 확장됐다.
그러나 영광스런 정상 정복에는 수많은 희생자가 뒤따랐다. 71년 김기섭씨가 마나슬루봉 등반 도중 추락사, 첫 해외원정사고를 기록한 뒤 72년엔 동생의 유해를 찾으러갔던 김호섭씨와 송준항·오세근·박창희씨 등 4명의 대원이 집단참변을 당했다. 또 79년의 고상돈·이일교씨에 이어 80년대 들어 원정이 잦아지면서 조난사고도 급증했다.
김용환·최중기씨(남미아콩가구아), 이정대씨(파키스탄 바인타브락), 신건호·주동규씨(아이거), 김성규씨(다울라기리), 권대식씨(추렌히말), 허종행씨(아이거북벽), 장용일씨(파키스탄 브로드피크), 김광호·하산원·이수희·진교섭·정성백씨(히말라야), 성상원씨(에베레스트), 정양근·이상구·이석주씨(안나푸르나) 등이 추락, 또는 실종됐고 올해도 동국대 안진섭·남원우군 등이 에베레스트 정복 후 하산도중 추락사 또는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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