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 밀렵' 국제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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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곰을 밀렵하거나 가죽이나 쓸개.발바닥 등을 암시장에서 거래해 온 한국인 1백여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특히 이들이 밀렵한 곰의 쓸개.발바닥 등은 대부분 한국으로 밀반입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연방검찰은 한국인 밀수 조직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검찰과 버지니아주 수렵국은 9일 수렵이 금지된 버지니아주 셰난도 국립공원에서 곰을 사냥해 쓸개나 발바닥.가죽 등을 암시장에서 거래해 온 1백4명을 정식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1백4명 가운데 90명 이상이 영주권자.시민권자 등 한인 동포들이며 한국에서 건너가 암거래에 가담한 사람도 최소 두명 이상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수렵금지 구역인 셰난도 국립공원에서 곰을 사냥해 쓸개는 개당 3천~5천달러, 발바닥은 2천~3천달러를 받고 한인 동포사회와 한국 밀수조직에 판매해 최소 수백만달러를 챙긴 혐의다.

연방검찰은 이들에게 국립공원 불법 밀렵, 야생동물 불법 거래, 무허가 총기 사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이들은 최소 2년 이상의 보호관찰과 3천달러 이상의 벌금형 또는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을 지휘한 허브 포스터 버지니아 수렵국 책임자는 "한국에서 곰 쓸개 등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탓인지 대부분의 밀렵 물량이 한국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적발된 사람들 중 한국에서 직접 건너온 사람들도 있어 한국 밀수조직 수사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밀렵 사건은 연방검찰.연방수사국.버지니아 수렵국.버지니아 국립공원 관리국 등이 합동으로 1999년 구성한 '버지니아 환경보호 연합 수사팀'이 곰 밀렵 사실을 포착한 후 2001년 1월부터 셰난도 국립공원 입구에 의류상을 차려놓고 직접 수사에 착수한 지 3년 만에 드러났다.

이들 수사관들은 직접 암시장 거래를 하면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한국 밀수조직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A지사=장연화.조택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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