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에 최고 36층 주상복합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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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종로 세운상가 일대가 40년 만에 재개발된다. 1단계로 세운상가에서 종로4가 교차로에 이르는 구역에는 2012년까지 최고 36층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선다. 종묘 같은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건물 높이 제한이 심한 종로 거리에 36층짜리 건물이 생기는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는 최근 이런 내용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1단계 개발계획을 결정해 서울시보를 통해 고시했다. 5월 말 세운지구 재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기본 구상이 공개되고, 두 달 만에 구체적 개발계획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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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지구 1단계 개발계획은=세운상가를 철거해 공원으로 꾸미고 주변 지역은 주상복합 단지로 만든다. 총 3만7656㎡(약 1만1300평)에 이르는 1단계 구역에서 세운상가를 헐어낸 부지와 20m 이내 구역(7836㎡.약 2400평)은 공원광장으로, 청계천 길가(3603㎡.약 1100평)는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된다. 나머지 2만6217㎡(약 7900평) 규모의 주상복합 단지에는 12~36층 건물 8동이 세워진다.

건물 높이는 종로 쪽(12~15층)은 낮고, 청계천 쪽(17~36층)은 높게 설계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종묘가 종로 바로 건너편에 있는 걸 감안한 것이다. 세운광장에 붙어 있는 2개 동은 업무용이며, 나머지 6개 동은 3층까지 업무용, 4층부터 주거용으로 구분된다.

단지는 하이테크존(첨단기술구역)으로 특화돼 전자전시관과 전자스포츠.게임 전용경기장이 들어선다. 멀티플렉스 극장도 유치할 계획이다. 주거용 아파트는 700가구 이내로 공급된다. 건물 높이는 122.3m 이하, 단지 전체의 용적률은 850% 이하로 결정됐다.

서울시와 종로구는 내년 말까지 철거가 끝나면 2009년 초 건물을 착공할 예정이다. 철거로 장사를 못하게 되는 상인들은 종로4가 웅진빌딩에 마련된 대체 영업장으로 옮기거나 휴업보상비(3개월 이내)를 받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보상받을 수 있다.

종로구는 1단계 구역의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 종로3가 교차로에서 세운상가에 이르는 2단계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다. 청계천과 퇴계로 사이에 위치한 구역은 중구가 맡아 개발한다.

◆세운상가, 영욕의 역사=세운상가는 1967년 준공 당시만 해도 서울의 명물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본지 67년 8월 2일자 4면 시민판(수도권면)은 '서울 명물 상가 아파트 연말까지 준공'이란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서는 세운상가를 '서울이란 바다에 뜬 배'로 묘사했다. 또 "(세운상가의) 하루 이용자가 1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수용인구 2만 명을 훨씬 넘는다"고 소개했다. 아파트의 인기도 대단해 주로 사회 저명인사들이 입주했다.

그러나 70년대 신세계.롯데.미도파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서 서울의 중심 상권이 명동으로 옮겨 가고, 80년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면서 세운상가의 상권은 퇴락했다.

서울시는 95년 세운상가 공원화 계획을 추진했지만 막대한 보상비 부담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재개발 사업이 구체화한 것은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대 43만8560㎡(약 13만3000평)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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