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남편은 냄비, 아내는 뚝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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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비만 되면 ‘준비 끝’이라고요? 여자가 양은냄비예요?”

결혼 10년차 주부 J씨는 남편의 일방적인 성행위 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남편만 혼자 열내다가 끝내죠. 여자는 뚝배기처럼 천천히 달아오른다는 걸 왜 모르는지…. 정말 남편에게 더듬이라도 달아주고 싶어요.”

J씨의 남편은 틀에 박힌 애무를 하는 데다 아내의 몸에서 약간의 분비액만 비치면 완전히 흥분한 줄 알고 성급히 삽입을 시도한다고 했다.

“남편은 내가 젖어 있으면 몸도 마음도 다 흥분한 줄 알아요.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듣고…. 준비도 안 됐는데 삽입을 시도하니까 아파서 흥분이 싹 가시죠.”

J씨의 남편 같은 사람이 꽤 있다. 여성의 흥분 신호 중에서 가장 쉽게 드러나는 것이 분비액이긴 하지만, 젖었다고 해서 무조건 삽입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성이 흥분하면 분비액 외에도 다양한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 음핵이 발기되고 닫혀 있던 소음순이 열려서 질의 입구가 드러난다. 가슴이 풍만해지고 유두가 커지는 현상도 있다. 그런데 여성은 신체적인 흥분과 심리적인 흥분이 일치할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성행위를 할 준비가 된다. 또 여성은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 친밀감과 분위기를 중시한다.

많은 남성이 여성이 만족하지 못할 때 자신의 능력과 기술 부족을 자책한다. 심지어 성기가 작아서 그렇다고 콤플렉스를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성의 성적인 흥분 리듬을 잘 읽지 못해 만족스러운 성행위가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이상할 땐 고장이 없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무턱대고 가속페달만 밟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성을 배려할 줄 모르는 남성들 중에는 성기능에 문제가 있어 조급하게 구는 경우도 꽤 있다. 시간을 끌다 보면 발기력이 떨어질까 두렵기 때문에 초반에 발기가 될 때 잽싸게 일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이다. 강한 발기력으로 거친 피스톤 운동을 해야 여성이 느낄 것이란 착각에 빠진 남성도 꽤 있다. 그러나 거칠게 몰아가기 식의 성행위에 여성은 흥분하기는커녕 통증을 느낀다.

남녀의 성흥분 속도는 다르다. ‘남자는 쉽게 끓는 냄비, 여자는 천천히 달아오르는 뚝배기’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은 시간에 쫓기는 성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또 성행위가 끝난 후 남편들은 쉽게 돌아눕지만, 아내는 남편에게 가볍게 안기길 바라고 무언가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 한다. 천천히 달아올랐던 뚝배기라 식을 때도 연착륙이 필요한 것이다.

여성의 흥분반응을 이해할 줄 아는 남성이 근육질에 터프한 남성보다 침실에서 황제가 될 자격이 있다. 아내가 충분히 흥분했는지 알 수 없을 땐 차라리 아내에게 살짝 물어보자.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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