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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전경련 회장 발언 파장 … 대선주자와 재계 혼맥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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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19면

“이번 선거는 복지부동이 최선입니다.”

이명박 효성ㆍLG家로 연결 #박근혜 벽산ㆍGS家와 통해

조석래 효성그룹전경련 회장

재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과거에는 특정 후보에 줄서기를 시도하는 기업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이번엔 모두 ‘몸조심’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최종 승자는 물론 여야 후보가 누가 될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해받을 행동을 했다간 자칫 기업에 화가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의 ‘경제 대통령론’ 은 이처럼 예민한 시점에 나왔고 그만큼 파장도 컸다. 지난달 25일 제주 하계포럼 특강에서 “(검증 공방을) 졸업할 때가 됐다” “차기는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 는 등의 발언이 나오자 여야 각 캠프가 발끈했다. 그가 사돈 관계인 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후보를 거들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뭐하는 곳이냐”는 말까지 듣게 된 전경련은 무척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전경련 측은 “내용은 문제가 없는데 사돈 관계 때문에 오해를 빚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굳이 특강이란 이례적인 형식과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을 동원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라며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재계 대표’ 와 ‘대선 주자 사돈’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켜보는 재계 관계자들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혼맥에 쏠리는 시선=드러난 대선 주자 중 대기업 가문과 직접적인 사돈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는 이 후보가 유일하다. <그래픽 참조>

2001년 이 후보의 1남3녀 중 셋째 딸인 수연씨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현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혼인을 한 것. 조양래 회장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지난달 19일 한나라당 경선 후보 검증청문회에서는 ‘또 다른 사돈’ 이 화제에 올랐다. 바로 LG그룹이다. 한 검증위원이 이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 교통카드 사업자로 LG 계열사가 선정된 것이 “LG가 사돈이어서가 아니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펄쩍 뛰었다. “LG가 평점이 높아서 선정된 것이며 그런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가 사과방송도 했다” 고 밝혔다. 그러면서 “LG는 내 사돈이 아니다” 라고 덧붙였다.

정확히 표현하면 LG가와 사돈을 맺은 사람은 이 후보가 아니라 그의 둘째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이다. 이 부의장의 장녀 성은씨와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본천 LG벤처투자 대표가 부부다. 비단 혼사가 아니더라도 이 후보는 말단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현대그룹 CEO까지 지낸 만큼 대기업과의 인연은 누구보다도 깊다.
한편 형인 이 의원은 효성의 라이벌 기업인 코오롱 공채 1기 출신으로 사장까지 역임하기도 해 눈길을 끈다. 코오롱 관계자는 “그런 인연으로 처음 선거에 나설 때는 회사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돕기도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외에 간접적으로나마 대기업 혼맥에 닿는 대선 주자는 공교롭게도 같은 당 박근혜 후보다. 미혼인 만큼 직접적인 사돈 간은 없지만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통해 벽산그룹과 연결된다. 박근혜 후보의 사촌언니 설자씨의 남편이 김희용 동양물산 대표로 김인득 벽산 창업주의 차남이다. 현재 벽산그룹은 김희용 대표의 형인 김희철 회장이 이끌고 있다. 또 김희철 회장의 부인은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주의 차녀로 한 다리 더 건너 GS가와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이 후보와 박 후보도 결국 재계 혼맥의 ‘허브’ 인 LG·GS를 고리로 이어진다는 독특한 해석도 있지만 ‘사돈의 사돈의… ’ 식의 결합이라 별 의미는 없다.

■사라지는 ‘정치인 사돈’=이 후보와 효성가의 결합은 사실 이례적인 케이스다. 1990년대 이후 유력 정치인·관료 집안과 대기업 오너 간의 통혼은 급속히 줄었다. 92년 SK그룹 최태원 현 회장과 노태우 대통령의 장녀 소영씨의 혼사가 하이라이트이자 ‘마지막 불꽃’ 이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유력 정치인과 통혼의 이점은 줄고 리스크는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0∼80년대 정부가 경제개발을 선도하던 시절엔 핵심 권력층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도 잦았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났다는 것이다. 반면 정치 주도세력 교체가 잦아지면서 특정 정치인과 결부되는 부담은 그만큼 커졌다.

대신 재계 내에서 ‘끼리끼리 혼인’ 은 늘었다. 재계 내 세대교체가 큰 원인이다. 각자 성장 배경이 달랐던 창업주 세대와 달리 3∼4세들은 경우 교류도 잦고 사립초등학교, 유학 생활 등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해 만남이 지속되다 자연스레 혼인으로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혼인에서 ‘비슷한 성장배경과 문화’를 선호하는 것은 비단 재계 자녀들에게 한정된 트렌드는 아니다.

결혼정보업체 듀오 관계자는 “서울 강남 출신들이 배우자를 구하는 조건 중 특히 강조하는 것이 바로 ‘강남 출신’” 이라며 “심지어 같은 ‘서초권’ 에서 구해달라는 회원도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재계 혼사에서 ‘탈(脫)정계’ 바람이 거세질수록 재계 내부의 네트워크는 향후 더욱 단단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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