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신지애 → 50위권 추락 ? 여자골프 '황당 랭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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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세계 랭킹이 9위에서 50위로 떨어진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실제로 여자 프로골프에서 곧 이런 일이 일어난다. 세계 랭킹 산정 방식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미국.일본.유럽.호주.영국 등 6개 여자 골프투어는 3일(한국시간) 여자 브리티시 오픈이 열리고 있는 영국의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세계 랭킹 산정 방식 변경을 의결했다.

현재 세계 랭킹은 대회별 포인트(대회 등급에 따라 가중치가 적용된 점수)와 홈투어 포인트(가중치 없이 성적에 따라 받는 점수)를 합산해 산정한다. 지금까지는 대회별 포인트가 최대 총 925점, 홈투어 포인트는 최대 총 200점이었으나 앞으로는 홈투어 포인트가 최대 75점으로 줄어든다. 대회별 포인트는 변함이 없다.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하는 LPGA 투어에서는 홈투어 포인트가 줄어들어도 대회별 포인트에서 많은 점수를 딸 수 있지만 다른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우승을 해도 점수가 적기 때문에 순위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GPA)는 "시뮬레이션 결과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하면 현재 세계 랭킹 9위인 신지애가 50위권, 33위인 안선주가 100위권으로 떨어진다"고 전했다.

세계 랭킹은 과거 성적을 누적 적용하기 때문에 KLPGA의 시뮬레이션처럼 갑자기 떨어지진 않겠지만 신지애나 지은희처럼 국내 투어에서 뛰는 선수의 랭킹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결국 LPGA 투어의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은 산정 방식 변경에 격렬히 반대했다. 일본은 투표 자체를 보이콧했고, 한국은 반대표를 던졌으나 다른 투어에서 모두 찬성, 4-1로 가결됐다.

KLPGA 김미회 전무는 "국내 투어 선수들이 큰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국내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며 "앞으로 바뀌는 랭킹은 세계 랭킹이 아니라 LPGA 투어 랭킹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은 세계적인 시계 회사인 롤렉스가 후원한다.

세인트앤드루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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