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일 항공 자유화의 명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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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과 일본이 항공 자유화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 동북 3성과도 이 협정을 맺고 있는 우리로선 동북아 항공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일본으로선 우리가 처음이다. 양국 항공사들이 수요에 맞춰 한·일 항공 노선·편수를 자율 조정하게 돼 항공료가 싸지고, 지방 공항 활성화 등 항공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양국 간의 개방과 교류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의 대일 관광 적자는 더욱 불어날 우려도 있다.

 우리 관광은 이미 일본·중국에 끼여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우리를 찾는 외국 관광객의 약 절반은 일본인·중국인인데, 매년 줄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일본 두 나라 간의 관광객은 늘고 있다. 한·일 간 관광 역조 현상은 더욱 심하다. 올해는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이 한국을 찾아온 일본 관광객보다 더 많아진다.

 이렇게 된 데는 일본의 한국인 관광 비자 면제와 엔화 약세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 관광 경쟁력이 너무나 형편없기 때문이다. 관광 자원을 제대로 개발하고 관리하지는 못하면서, 물가는 턱없이 비싸다. 게다가 아직도 많은 지역에선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서비스는 엉망이다. 이러니 국내 여행보다는 오히려 물가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일본에 가 보자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한번 관광한 후에는 한국을 외면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한국 등 주변국 관광객 유치에 열심이고, 정성을 다한다. 일본 정부가 우리와 협정을 맺은 이유도 한국 관광객을 더 빨아들이기 위해서였다고 본다. 우리의 관광 경쟁력이 계속 추락하는 한 이번 협정은 우리 관광산업에 독이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나 일부 지자체도 뒤늦게 반값 골프장을 만든다, 숙박료 등 이용료를 내린다, 서비스를 개선하다며 부산을 떨고 있다. 그러나 한·일 항공 자유화 시대에 맞춰 서둘러 ‘관광 입국(立國)’이 될 정도의 획기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