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올린 민간주도 개혁운동/오늘출범 「정사협」 활동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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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정공포씻고 의식전환 겨냥/촌지추방·근검절약 확산유도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정사협)가 27일 발족돼 민간주도의 개혁운동이 시작됐다.
경실련·흥사단·한국노총·한국여성유권자연맹·한국여성정치연구소 등 39개 단체가 참여한 이 협의회는 새 정부 출범후 1백여일동안 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한 거점 타격식 사정의 효과를 국민일반으로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이들은 정부 주도의 개혁으로는 일시적인 정화는 할지라도 근본적인 개혁이 될 수 없으며 국민일반의 의식이 바뀌어야 개혁이 비로소 정착한다고 믿고있다. 또 정부의 개혁으로 일부에서 조성되고 있는 사정 공포증 또는 불안감을 씻기위해서라도 민간이 나서야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사정이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일부의 우려를 축소시키자면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시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사협은 새정부 출범 1백일을 앞두고 개혁운동의 국면 전환을 선창하고 나왔다.
그러나 종래 관주도내지 관지도의 민간운동에 대해 좋지못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시민연대운동단체의 출범에 몇가지 오해와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한다. 우선 정사협을 새로운 관변 단체로 보는 시각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활동이 끝난때부터 정사협이 준비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새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작업이 국민 90%의 지지를 얻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과거정권때와는 판이하게 다르지만 이들의 운동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정부가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그러나 당사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도 않으려니와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독립조직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핵심 단체들이 대체로 재야성향임에도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관변단체들이 대거 참여하겠다고 희망해 오는 것을 보면 다소간 오해를 받고있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오해의 불식을 위해 정사협은 관변단체들의 참여를 배제할 생각이다.
27일 창립대회에 앞서 가진 의식개혁 대토론회는 정사협의 활동 방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정사협은 당면 과제를 ▲「촌지」 없애기 ▲질서 지키기 ▲근검·절약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라는 세가지로 정하고,촌지부분은 교육계,언론계·관공서,병원과 기업이라는 세가지로 크게 나눠 분반토의를 벌였다. 이를 통해 실현 가능한 행동규칙을 만들어내고 국민운동으로 확산한다는 것이다.
정사협의 핵심인 경실련·흥사단·한국노총·한국여성유권자연맹·한국여성정치연구소 등은 대부분 지방조직이 약하다. 때문에 일단 참여단체중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의 지방조직을 이용하되 2∼3개월간 지방조직을 만들어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정사협 정관에 있는 사업내용을 보면 시민의식개혁과 각계 자정운동외에도 고발·제도개혁 등을 들고 있고 정치제도연구위원회도 있어 제도 개혁부분에도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사협은 모든 시민운동은 「자각운동」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사협은 고발활동도 하지만 참여 단체들의 자발적인 자정운동에 더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회 여러분야 순수단체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최근 공보처쪽에서는 직장내 의식 개혁운동에 앞서나가고 있는 대기업들이 경험을 전수하고,「바른 경제 동인회」 같은 것을 활성화,기업도 이런 사회운동과 연대활동을 벌일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의식개발을 위한 연구소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제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활동이 자칫하면 정부의 개입으로 비춰질 것을 정부관리들도 몹시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어디까지나 흩어진 구슬을 꿰도록 민간에서 요청하면 연결고리 역할정도를 하겠다는 생각이다.
협의체 구성방법을 놓고 이견을 보여 참여하지 않은 YMCA는 시민중계실을 통해 참교육실천 학부모연합·전교조 등과 함께 별도로 교육계 촌지추방운동을 벌이고 있고,YWCA·환경운동연합 등 각종 사회단체들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민간주도의 개혁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일단 기대를 걸어볼만한 변화임에 틀림없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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