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 시(詩)가 있는 아침 ] - '그림엽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김승희(1952~)의 '그림엽서' 전문

일부일처제 같이

조그만 세상 속에

벙어리 장갑만큼

작은 사랑

해인이와 왕인이가 있고

그 옆 방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그림 엽서같이

목가적이다

부부싸움 끝에 쫓겨나

골목 밖 가로등 밑에서

우리집 등불을 훔쳐볼 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은 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라고 내게 말한 이는 소설가 김훈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풍경이 있다면 엄마가 무릎 위에 아이를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풍경일 것이다. 어느 순간 아이는 새근새근 잠이 들고, 아이가 금세 깰까봐 엄마의 책읽기는 계속되고…. 아이는 꿈속에서 자신이 자라 엄마가 되어 해인이와 왕인이에게 옛이야기책을 읽어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은 그렇게 전승된다.

곽재구<시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