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키즈] 퀴리 부인 "물과 수은, 뭐가 더 무겁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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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이 가득 담긴 병이 있는데 꽉 닫혀 있어요. 병 입구를 밑으로 해서 물속에 집어 넣어요. 병뚜껑을 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수은이 바닥에 가라앉아요."

"맞는 대답이기는 하지만, 정답은 아니에요. 조그만 수은 한 방울이 커다란 병에 가득 담긴 물보다 더 무거울 수가 있을까요?"

"아뇨!"

"만약 똑같은 두 개의 병을 하나는 물로 채우고, 다른 하나는 수은으로 채운다면, 어떤 병이 더 무거울까요?"

"수은이 담긴 병이요."

"이유를 설명 할 때, 같은 부피일 때 수은이 물보다 무겁다고 말해야만 해요. 간단히 요약해 수은은 물보다 비중이 크다고 하죠."

1907년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벌어진 기초 물리학 강의의 한 풍경이다. 학생들은 10대 초반의 소년.소녀들. 교수는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마리 퀴리. 위인전 목록에 어김 없이 등장하는 퀴리 부인이다. 소르본대 최초의 여교수이자 최고의 강의로 유명했던 퀴리가 대학생도 아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 어린 학생 중에는 퀴리 부인의 딸이자 인공방사능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이렌 퀴리도 끼어 있었다.

마리 퀴리는 장 페렝(192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폴 랑주벵(과학 아카데미 회원) 등과 함께 자기 자녀들에게 화학.수학.물리학 등을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

일종의 품앗이처럼 '공동 교육'을 펼쳤던 것이다. 이 책은 당시 이 석학들의 강의를 받았던 이들 중에 이자벨 슈반이라는 여학생이 남긴 기록이다.

퀴리는 어린 학생들에게 중력.무게.비중에 대한 개념 등을 설명했다. 강의에는 U자관, 백열전구, 돼지의 피막 등을 이용한 실험이 따랐다. 퀴리는 빈 병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공기"라고 답하면, 과연 그런가를 눈으로 확인해 보자는 식으로 무엇하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 법이 없다.

물탱크가 높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수도관을 타고 물이 흐를 수 있으며, 백열전구가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필라멘트가 타지 않고 빛이 난다는 등 일상 생활의 현상을 강의 소재로 끌어들여 설명했다.

따라서 그의 강의록은 1백년이 지난 지금도 물리학 기초 교재로 손색이 없다. 밑바닥 개념부터 설명하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유도하니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정재승('과학 콘서트' 저자)씨의 말처럼 "더없이 소중한 보약"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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