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은 쏙 뺀 채 "대학 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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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2009학년도)부터 전국 44개 국공립 대학은 현행 학부 중심의 신입생 모집 단위를 개별 학과 단위로 바꿀 수 있게 된다. 학부제가 도입된 1998년 이후 10년 만에 규제가 풀리는 것이다. 예비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계열도 2011년부터 학과 간 정원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국립대 학생 모집 방식과 사범계열 정원 조정은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대학평가제'에 따라 우수대학으로 선정된 곳에만 부분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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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2일 이런 내용의 '대학 자율화 33개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자율화는 내년부터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교육부는 본지가 올 초 2007 어젠다 '대학은 대학의 손에'를 통해 "세계 일류대학을 만들려면 교육부는 대학에서 손을 떼야 한다"(사진)고 지적한 이후 2월 말 자율화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가 잇따라 자율화를 요구하자 이날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은 핵심인 3불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폐지를 포함한 입시 자율화가 빠졌고, 학사.재정 부문 규제도 여전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자율화 내용=2009년부터 대학들은 5년제 학.석사 통합 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석.박사 통합 과정만 가능했으나, 학.석사 과정도 허용해 석사 학위자들의 사회 진출을 1년 앞당긴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는 학부생들이 외국 대학에서 최고 2년까지 수업을 받아도 두 대학 총장 명의의 공동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대학들은 외국 대학과 협정을 맺어야 한다. 다만 공동학위를 받으려면 반드시 국내에서 2년 이상(2+2 또는 3+1 방식) 공부해야 한다. 현재는 외국 대학 수업이 국내 자매대학에서 이뤄진 경우만 공동학위를 주고 있다.

전국의 모든 교육대학원이 일반인을 선발(2011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97년 이후 설립된 교육대학원은 교사들만 재교육용으로 뽑도록 규제를 받았었다.

◆"핵심이 빠졌다"=사립대학협의회 김문환(국민대 총장) 부회장은 "대입과 재정 자율화가 핵심인데 이를 쏙 빼고 일반적인 사항만 포함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10년 후에 전국 대학의 10%는 망하게 된다"며 "과감히 규제를 풀어야 대학이 산다"고 말했다.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최현섭(강원대 총장) 회장은 "당연히 자율화해야 할 내용을 갖고 교육부가 생색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총장에게 조직과 예산 운영권을 맡기고 결과를 갖고 평가하는 게 진정한 자율화"라고 말했다. 대학교육협의회 김영식 사무총장은 "세계 일류대학을 만들기 위한 큰 틀에서 자율화가 추진돼야 한다"며 "다음달 정부에 대학경쟁력 제고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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