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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인질 가족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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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좌익 게릴라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의해 10년 가까이 인질로 붙잡혀 있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45일간 900㎞를 걸은 구스타보 몬카요(55.교사)가 마침내 1일 보고타에 도착했다.

몬카요는 피랍된 아들과 고통을 나눈다는 의미로 쇠사슬을 어깨에 걸친 채 지친 모습으로 보고타의 볼리바르 광장에 나타났다.

6월 17일 고향인 콜롬비아 나리뇨주의 산도나 마을을 출발해 5개 주를 가로지른 그의 900㎞ 도보행진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몬카요는 1997년 12월 21일 FARC에 의해 납치된 아들 파블로 에밀리오의 석방을 호소하기 위해 도보시위를 구상했다.

당시 19세의 군인이던 에밀리오는 콜롬비아 파타스코의 한 통신기지에서 근무하다 동료 17명과 함께 피랍됐다. 피랍 직후부터 몬카요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 20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지만 아들은 석방되지 않았다. 보고타에 도착한 뒤 수많은 격려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몬카요는"아들의 석방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지쳤다"면서 "지금 당장 정부가 나서 FARC와 인질 맞교환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을 촉구했다.

콜롬비아 우리베 대통령은 라디오로 생중계된 몬카요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질 석방 문제에 관해 몬카요를 직접 만나 의견을 경청하고 싶다"며 인질 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콜롬비아 정부는 인질 석방을 위해 수감 중인 좌익 게릴라 200여 명과 FARC가 붙잡고 있는 에밀리오를 포함한 인질 49명의 맞교환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FARC로부터 거절당한 상태다. FARC는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콜롬비아 남부 지역에서 양측이 먼저 무장을 해제해야 인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몬카요는 아들 에밀리오를 포함한 모든 인질이 석방될 때까지 보고타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노숙하겠다고 밝혔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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