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투조종사 허용/하늘 누비는 미 우먼파워(지구촌 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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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군 내년 7명 실전배치/남성들 제치고 훈련수석… 하버드대석사 출신도/해군에선 백명 선발 여군 비행단까지 만들기로
레스 애스핀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말 여성파일럿에게 전투기 조종을 허용한다고 선언하면서 미 육·해·공군 모두 각종 준비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군이 머지않아 도래할 여성전투비행단의 창설을 위해 각종 프로그램과 편제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전투기조종간을 잡게될 여군전투파일럿후보들도 더욱 기량연마에 몰두하면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군 전투조종사 탄생과 관련,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군은 역시 공군. 공군은 이미 7명의 최정예 전투조종사요원을 확보해 놓고 이달초부터 뉴 멕시코주 할로먼 공군기지에서 이들에게 본격적인 전투비행훈련을 실시중이다.
지난 겨울 남자조종요원들과 똑같이 기초비행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남성 못지않은 기량으로 기초훈련을 무난히 통과,능력을 인정받은 이들은 내년초 실전배치돼 F­15 등 공군전투기를 조종하게될 예정이다.
해군 역시 공군 못지않게 진취적인 여성전투조종사 양성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해군은 전투조종사훈련에 투입할 적극적 성향의 여군조종사 1백명을 인선해 놓고 궁극적으로 이들만으로 구성된 1개 또는 2개의 비행단 편제를 구상하고 있다.
육군은 전투지원 및 관측용 헬리콥터에 탑승할 정예여성조종요원 6명을 인선해놓고 있다. 여군파일럿이 한명도 없는 해병대는 애스핀장관의 선언을 계기로 여성전투조종사를 기용할 계획이라고 칼 먼디사령관이 공언했다.
각군의 이같은 적극적 반응에 정작 신이 난 것은 당사자들인 여성전투조종후보요원들로 이들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받아왔던 그동안의 푸대접을 한꺼번에 일신하려는 듯 기대에 부풀어 전투조종훈련에 임하고 있다.
공군의 지니 플린중위(26)는 지난 겨울 남성 30명·여성 2명 등 모두 32명의 초급장교들이 받은 기초비행훈련에서 당당히 수석을 차지한바 있는 비행경력 2백5시간의 맹렬여성이다. 그년는 텍사스대학 항공공학과를 나와 명문 스탠퍼드대학에서 항공우주학석사를 받은 재원으로 정통학문과 강도높은 훈련으로 문무를 함께 갖췄다.
미 공군사관학교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마사 먹셀리대위(텍사스주 래플린공군기지 교관)는 현재 전투조종요원선발을 기다리고 있는 응시생. 그녀는 경쟁이 심하고 갖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전투조종사의 역할을 예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획기적 변화에도 불구,여성전투조종사의 일반화는 요원하다는 것이 미군내부의 전반적인 평가다.
우선 여군 숫자의 절대적인 열세다. 각군을 망라한 항공기 조종요원숫자는 총 5만6천2백46명. 이중 여성은 9백99명으로 1.8%에 불과해 2백만 미군병력중 11.6%에 달하는 여군비율을 턱없이 밑도는 규모다.
여성전투조종사의 기용을 전시효과적인 측면으로 바라보려는 군고위층의 편견도 문제다.
이와 관련,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해군항공대장을 지낸 미 합참의 로즈머리 머리너해군소령은 남성과 동등한 훈련과정을 거친 여성요원들중에서 단지 몇명을 한정지어서 기용한다거나 몇명이상은 안된다는 식의 쿼타제는 절대 반대하고 전통적으로 남성이 확고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군수뇌부가 가질 수 있는 선입견에 쐐기를 박았다.<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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