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에 무너진『만리장성 핑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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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인이 쌓아올린 만리장성이 중국인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
개인전 본선 첫날인 20일엔 남자단체 우승팀 스웨덴의 주역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이변이 연출됐다면 이틀째인 21일엔 여자단체 중국우승의 쌍두마차인 덩야핑·차오훙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파란이 펼쳐진 것이다.
그것도 해외로 진출한 중국계선수들에 의해 이루어져 아이로니컬하다.
91지바 세계선수권 단체결승에서 코리아 단일팀 유순복에게 패한 이래 근2년간 국제무대에서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던 녹색테이블의 작은 마녀 덩야핑.
자타가 공인하던 세계랭킹1위 덩야핑이 여자단식 3회전에서 랭킹에도 올라있지 않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싱가포르의 징준훙에게 어이없이 3-2로 무너져 32강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오른손 셰이크핸드의 징준훙은 지난 90년 제10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준결승에서 류웨이와 짝을 이뤄 당시 세계최강이던 현정화-홍차옥 조를 2-1로 깨뜨렸던 복병.
이번 대회 단식 2회전에서도 한국의 유망주 박해정을 3-1로 따돌렸었다.
상해출신의 24세인 징준훙은 그러나 강소성 대표로 활약했을 뿐 중국대표로서의 기간은 극히 짧아 중국 기자 대다수가 이름 준자를 준자로 혼동해 쓸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91년 싱가포르로 건너갔다.
한편 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자 세계2위인 차오훙 역시 중국계 독일선수 지에쇼프에게 3-1로 패해 16강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
지에쇼프의 원래 중국이름은 스지에.
하북성 출신의 셰이크핸드 수비수 지에쇼프는 지난 86년 독일로 귀화, 이번 대회엔 독일팀의 에이스로 지난대회 13위에 머물렀던 독일을 6위로 끌어올린 견인차.
지에쇼프는 그러나 16강전에서 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천징(대만)에게 3-1로 패하고 말았다. 【예테보리=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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