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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해리포터 짝퉁시리즈 인기폭발"

중앙일보

입력

‘해리포터와 하이킹 드래곤’, ‘해리 포터와 중국제국’, ‘해리 포터와 젊은 영웅들’, '해리 포터와 큰 굴뚝’…

정말 못말리는 중국인이다. ‘짝퉁의 천국’ 중국에서 해리 포터를 모방한 책과 인터넷 소설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현지시간) 국제면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중국의 독자들은 지난달 21일 해리 포터 시리즈 완결편이 출간될 때까지 애타게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열흘이나 앞서 해리 포터의 무허가 버전이 출간됐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은 오리지널 소설과는 상관이 없다. 해리 포터와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중국의 짝퉁 작가들이 빈약한 상상력을 더해 꾸며진 책이기때문이다.

문제는 해리 포터 짝퉁 시리즈가 중국의 독자들에게 어필한다는 사실. 해적판 출판사들은 해리 포터의 세계적 명성을 이용, 독자들의 관심이 고조됐을 때 이같은 짝퉁 시리즈를 앞다퉈 출간, 재미를 보고 있다.

복제본이나 무허가 번역판과는 성격을 달리 하는 이 불법 저작물들은 거리 가판대에서 주로 팔리고 온라인 버전도 있으며 심지어 학교 도서관에까지 꽂혀 있다.

어떤 책들은 캐릭터들에 유명작가들의 작품에서 차용한 플롯을 입혀 독자들의 호응을 얻는다. 이들은 J.R.R. 톨킨의 소설 플롯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조합하기도 하고 중국의 고전작품 ‘서방으로의 여행’에서 따온 새로운 캐릭터들을 창조한 복합 소설로 인기를 얻기도 한다.

중국에서 짝퉁 소설의 범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90년대 중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소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2편도 중국에서 짝퉁판이 먼저 출간됐고 해리 포터 시리즈가 4편까지 나왔을 때 중국에서는 ‘해리 포터와 용에게 다가선 표범’, ‘해리 포터와 황금거북이’, ‘해리 포터와 수정꽃병’이라는 가짜 5, 6, 7편이 출간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하기도 했다.

짝퉁 시리즈가 넘치다보니 일부 독자들은 진짜와 가짜를 혼동하고 내용을 착각하는 일도 많다. 해리 포터가 중국 대륙을 모험하며 털북숭이 꼬마로 변신하는가 하면 ‘반지의 제왕’의 마법사 간달프도 등장하고 급기야 여자친구 헤르미온느와 정사를 나누는 PG-13급의 황당한 경우도 만난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문학적 사기와 저작권 침해에 대해 많은 중국인들이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충격으로 보고 있다. 2002년 ‘해리 포터와 중국 도자기 인형’이라는 짝퉁작품을 펴낸 브레일리출판사의 왕 릴리 편집장은 “해리 포터가 유명하니까 그에 따른 이득을 우리도 누리고 싶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고 있다.

이같은 태도는 왜 중국에서 오늘날 해리 포터 짝퉁시리즈는 물론, 6종류의 가짜 비아그라가 공항 약국에서 팔리고 해적판 DVD, 가짜 피카소 작품, 심지어 유명 브랜드를 위조한 자동차까지 활보하는지 잘 말해준다.

2001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출간된 서적의 30~40%는 불법 저작물로 나타났다. 중국작가출판사의 웨이 빈 편집장은 “중국 정부가 불법저작물 단속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유는 과거 문화혁명의 쓰라린 경험과 반저작권 캠페인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해리 포터 팬들은 중국의 짝퉁작가들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른다. 가짜 해리 포터 때문에 작가 롤링이 시리즈를 연장했기때문이다 해리 포터의 저작권을 대표하는 런던 에이전시의 네일 블레어씨는“독자들이 가짜들을 후속편으로 착각할 수도 있어서 롤링이 시리즈를 당초 계획보다 연장하게 됐다"면서 중국의 해적판 단속과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끔찍한 자식사랑 때문에 짝퉁 작가가 된 경우도 있다. 상하이 직물공장 매니저로 근무하는 리진셍(35)씨는 아들 동웨이를 위해 몇년 전 해리 포터 시리즈 1권부터 6권을 사 줬다. 그것을 다 읽은 아들이 7편이 언제 나오냐며 졸라대자 직접 7편을 쓰기로 했다.

“작년 5월부터 아침과 저녁시간을 활용해서 하루 2시간씩 소설을 썼다”는 그가 퇴고한 책의 제목은 ‘해리 포터와 최후의 대결(Showdown)’. 2만5000자에 달하는 짝퉁 최종 버전을 웹사이트에 올리자 네티즌의 인기가 폭발했고 출판사의 연락도 잇따랐다.

그의 열렬한 독자라는 구 과이과이씨는 “아마 롤링이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최종편을 쓰기가 아주 힘들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또 한 독자는 “리진셍은 우리같은 해리 포터 팬들의 자랑”이라면서 “그가 해리 포터 8편을 집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난성 시골에서 자란 리진셍씨는 고졸이 최종 학력이다. 같은 공장에 나가는 부인과 함께 받는 월급이 600달러인 그는 실제로 8편을 집필하고 있다. 원작자는 소설을 끝냈지만 짝퉁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뉴욕=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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