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DJ의 구부러진 길, 조순형의 곧은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2007년은 한국 정치의 정사(正邪)를 솎아내는 시험판이 되고 있다. 대선·총선이라는 눈앞의 이익에 쫓겨 지조와 원칙을 버리는 건 사도(邪道)다. 설사 정권과 금배지를 놓쳐도 원칙과 법통(法統)을 지키는 게 정도(正道)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조순형 통합민주당 의원을 나란히 세워 보면 그림이 분명해진다.

 DJ에게 지금 생의 마지막 목표는 한나라당 집권을 막는 것인 듯하다. 그는 이를 위해 많은 것을 버리고 있다. 그는 50년 전통의 민주당을 버렸다. 아니 당의 해체를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에게 뭔가. 그 당으로 그는 정치를 시작했고, 성장했으며, 1980년대 목숨을 유지했고, 대통령이 됐다. 자신뿐인가. 그의 장남에게 금배지를 주었고, ‘비리 복역자’ 차남을 당선시켜 주었다. 그런 당인데 DJ는 차남을 당선 3개월 만에 탈당시켰다. 그리고 의원·광주시장·전남지사 등 핵심 세력이 당을 떠나도록 했다. 모든 게 비(非)한나라당은 무조건 합쳐야 하고, 그런 대통합에 저항하는 민주당 원조(元祖) 세력을 파괴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민주당 원로 당원들이 모여 “민주당을 고사시키려는 정치공작에 관여하고 있다”며 DJ를 규탄했다. DJ가 당을 버리니 당심(黨心)이 그를 떠나고 있다.

 조순형 의원은 박상천 대표와 함께 ‘도로 우리당’ 식 통합에 반대하며 민주당의 체통을 고집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세력이 민주당을 파괴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들 때 그는 싸웠다. 2004년 4월 대통령 탄핵 때 그는 민주당 대표였다. 그는 탄핵 후폭풍을 온몸으로 맞았으며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그는 민주당의 소신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그래서 2006년 7월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 그가 당 후보 경선에 출마하자 대번에 범여권 유력 후보 2~3위로 올라섰다. 유권자는 말은 않고 있지만 세상 돌아가는 걸 다 지켜보고 있는 거다. 소용돌이 속에서 그가 민주당의 명분을 얼마나 지켜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