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북한·일 들러리 세운 중국 「안방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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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제1회 동아시아 경기 대회는 예상대로 중국의 완벽한 축제로 막을 내렸다.
중국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에 빼앗긴 스포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하진량 IOC부위원장 주도로 동아시아 대회를 창설하고 원년 대회를 상해에 유치했다.
명분상으로는 아랍 대회·동남아시아 대회 등과 유사한 동아시아 지역의 친선 도모를 표방했다.
그러나 대회 창설 및 유치 배경은 중국의 2000년 북경 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일본도 중국올림픽에 대비, 거대한 스포츠용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가 이기주의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경제 대국인 일본, 그리고 유일하게 분단 국가로 남아 있는 스포츠 강국 한국과 북한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인종과 문화가 유사한 주변국들을 참여시켰다.
경기 결과가 말해주 듯 동아시아 대회는 「중국 주도에 주변국의 들러리」 잔치로 전락됐다.
결국 중국은 정치적 중요성,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전세계에 아시아의 주도국임을 은근히 과시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중국은 올림픽 유치 공세에 총력을 쏟아부었다.
대회 기간 중 강택민 국가 주석이 상해에 내려와 두차례나 사마란치 IOC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상해 시가지에는 온통 북경 올림픽 유치를 주제로 한 대형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또 이곳에 머무르고 있는 사마란치와 셰이크 아마드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 (OCA) 의장 등 20여명의 IOC위원 등 국제 스포츠 거물들에게 같은 인상을 심어놓았다.
2000년 올림픽 유치에 경합을 벌이고 있는 최대 라이벌 호주보다 훨씬 유리한 선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번 대회 개막식의 매스게임에서도 다분히 중국이 동아시아의 중심임을 내세우는 분위기를 풍겼다는 지적이고 폐회식도 같은 색채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운영면에서도 자금은 민간 기업의 후원을 받아 조달하고 대회 진행은 전적으로 전국의 체육인을 동원하거나 상해시에 거주하는 자원봉사 요원의 협조로 성공적인 대회를 이끌어냈다. 다만 경기장이 분산돼 있고 선수촌도 마련하지 못한 것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중국은 앞으로 올림픽 유치 후 자금 조달과 관련, 이번 대회를 통해 자금 확보의 노하우를 축적함으로써 올림픽 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된 것으로 보인다.
대회 운영비를 지원한 기업에 대해서는 거리·경기장에 입간판을 세우는 등 「상업 대회」의 발빠른 대응을 보였고 한국·홍콩·대만의 TV중계권료로 약 4백20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한편 경기 종목에 있어 주최국에 지나치게 유리한 종목 등의 선택은 앞으로 호주·뉴질랜드도 참가하는 것 등을 감안, 이 대회를 발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해=김인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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