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쇼군』 작가 제임스 클라벨-새 작품 『가이진』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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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일본 도쿠가와 (덕천) 막부시대 일본에 왔던 한 영국인 선장의 활약을 그린 소설 『쇼군 (장군)의 작가 제임스 클라벨이 다시 일본을 무대로 한 소설 『가이진(외인)』 (미델라코트사)을 발표해 출판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1924년 호주에서 태어난 클라벨은 원래 미국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했으며, 몇편의 영화를 제작·감독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쇼군』 (75년) 발표를 계기로 완전히 소설가로 변신, 그후 『노블 하우스』 (82년) 『타이판』 (83년) 등 히트작을 잇따라 발표해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쇼군』 『노블 하우스』 『타이판』은 모두 TV시리즈·영화로 제작돼 큰 성공을 거뒀다.
특이한 것은 클라벨의 소설들이 모두 아시아를 무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태평양 전선에서 일본군에 포로가 됐던 경험을 토대로 한 데뷔 작품 『왕쥐』 (62년)를 비롯해 『쇼군』, 19세기 홍콩의 영국인 무역상이 주인공인 『타이판』, 그리고 현대 홍콩에서 부호들이 벌이는 경쟁과 음모를 그린 『노블 하우스』가 그렇다.
이번에 그가 새로 발간한 소설 『가이진』역시 덕천막부 시대의 일본이 무대. 1853년 미국의 페리제독이 군함을 끌고 와 일본을 개국으로 이끈 직후인 1860년대 가나가와 (신나천) 외국인 거주지를 무대로 서양인 (가이진) 무역상·군인·외교관들이 벌이는 경쟁·암투· 사랑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이와함께 근대 통일 국가 일본을 건설하려는 개혁파와 현실을 고수하려는 막부간 치열한 정치 투쟁이 어우러져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클라벨이 새 작품 『가이진』에서도 전작들이 범했던 오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소설의 주인공들과 작품 무대 사이에 존재하는 긴밀성이 떨어지며 사실성에 문제가 있고, 동양이라는 작품 무대도 서양 독자들의 흥미 유발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클라벨의 작품들은 문학성이 뛰어난 것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언제나 재미있다. 그것은 그가 영화적 작품 구성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벨은 자신이 작품을 구상할 때 영화적 수법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밝힌다.
현재 스위스 로잔에서 살고 있는 그는 『가이진』이 『멋지고 재미있고 모험에 가득찬 얘기책이라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그러나 내 말을 모두 믿지는 말라. 그것은 단순히 얘기일 뿐이니까』라고 얘기꾼다운 코멘트를 잊지 않는다. <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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