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동의 눈물(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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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광주 망월동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눈물을 흘린다. 목놓아 울기도 하고 오열을 삼키기도 한다. 해마다 5월이면 눈물은 한껏 처연해진다.
불의의 총칼에 맞서 싸우다가 산화한 젊디 젊은 생령들의 다하지 못한 삶이 안타까워 운다. 돌아오지 않는 아들과 지아비를 찾아 헤매다가 유탄에 의해 난자당한 어버이와 아낙네,그리고 그들의 손을 잡고 등에 업혔던 아이들의 까닭모를 죽음이 억울하고 절통해서 운다. 이 원혼들을 활활 타는 분노로 가슴에 묻은 채 고달프게 살아가는 유족들의 그리움과 서러움이 애달퍼서 운다. 그런가 하면 가해자들이 갖은 권세와 영화를 누리면서 거들먹거리고 사는 세태가 야속하고 분통터져 우는 울음도 많다.
이들 주검 앞에서 살아 남아 있는 자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미안함과 죄스러움으로 고개들지 못하는 눈물도 있다.
80년 5월 광주는 외로운 고도였다. 유혈이 낭자한 항쟁이 계속되고 있을때 국민들은 숨을 죽인채 이 참상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 삼엄한 비상계엄 아래 모든 언론이 재갈물려 침묵하던 당시 상황으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는 변명이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유비통신」과 「카더라방송」이 사실과 사실이상의 현지상황을 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광주와 고통을 함께 하는 행동에는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는 「민주투쟁」을 입버릇처럼 떠들던 야당마저도 잠적해버렸던 것이다. 광주는 고립무원이었다.
올해 5월도 망월동에는 눈물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13년동안 덧씌워졌던 폭동과 폭도의 누명이 벗겨지고 명예는 되찾게 됐으나 진상을 밝히라는 외침은 그치지 않는다. 책임자의 정체도 오리무중이다. 단죄가 아니라 용서와 화해를 하려해도 그 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의 무력감에 대한 자괴와 자탄의 눈물은 마를 수 없다.
5·18이 어찌 광주만의 5·18이며,망월동이 어찌 광주 시민만의 성지일 것인가. 이제 우리들이 80년 5월의 광주에 대한 침묵의 빚을 갚아야 한다. 「광주」를 밑거름으로 해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문민정부가 갚아야할 빚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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