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화-이분희 얄궂은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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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바로 두해전 일본 지바에서 일궈냈던 녹색 테이블의 작은 통일은 이제 어디서 찾아야하는 것일까. 분단 46년만에 남북한 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일 팀 「코리아」를 구성, 막강 중국을 꺾고 세계 제패의 위업을 달성했던 남과 북의 두자매 현정화와 이분희.
「다시는 헤어져 싸우지 말자」고 눈물로 굳게 약속했던 이들 둘은 그러나 개인의 힘으론 거역하기 힘든 역사의 수레바퀴에 눌린 채 또다시 갈라져 싸워야하는 슬픈 해후를 해야만했다.
16일 오후 8시12분 (한국 시간) 낮과 밤이 한반도와는 다른 머나먼 이국 땅 스웨덴 예테보리의 스칸디나비움 체육관을 무대로 해서 말이다.
여자 단체 준결승에서 각기 한국과 북한의 두번째 단식 주자로 나선 이들은 그동안 부상과 결혼 등으로 충분치 못했던 연습량에도 불구,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웠다.
기자석 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갈라진 남과 북의 두 응원단은 경기가 열기를 더해 갈수록 목청도 따라 높였지만 여타 팀들과 할 때와는 다른 결코 마음 한가득의 큰소리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어떤 책임감 같은 강박관념이 가슴을 죄어왔기 때문이다.
경기 후 인사치레의 의례적인 악수만 교환됐을 뿐 굳어진 표정의 두사람 사이에선 어떤 위로와 축하의 말도 건네 지지 않았다. 지바 대회 단일 팀의 감동이 생생한 탁구인들에겐 정말 참기 어려운 답답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한 호텔에 같이 묵으며 관리인 몰래 밤마다 밥솥을 서로 빌려 쌀밥을 지어먹는 등 다정한 남과 북의 선수단이 과연 언제까지 이런 비정한 게임을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그것도 북한 여자 팀의 조남풍 지도원 (코치)의 『남들이 우리가 싸우는 것을 보면 웃을 것 아닌가』라는 말 마 따나 웃음거리로서 말이다. 【예테보리=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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